[스크랩] Jazz 에세이 (22.) Saxophone Colosus인 Sonny Rollins...그리고 2008년 봄에 앓는 몸살
Jazz 에세이 22. - Saxophone Colosus인 Sonny Rollins...그리고 2008년 봄에 앓는 몸살
소니 롤린스, 뉴욕의 한 강가에서
어젯밤 열 두시가 조금 넘었을까 컴퓨터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다 그만 깜박 졸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슨 아기들 마냥 졸음이 오면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순간 깜박 조는 것으로 잠이 들곤 합니다. 순간의 잠...제게 잠은 깊고 달디 단 꿈결 같은 것이 아니라 잠깐의 찰라일 때가 많습니다. 아마도 제 삶이 매 순간마다 살아내는 것 이상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저는 잠이 들곤 합니다. 그렇게 짧은 잠 이후의 나머지 시간들은 잠들지 못해 방황하면서...
어젯밤도 그렇게 순간 졸다가 침대 겸용인 긴 쿠션에 누었는데 천정으로 부터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제게는 분명 천정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아...그랬습니다. 색소폰 소리 그것도 위에서 부터 아래로 깊게 빠고 드는 테너 색소폰 소리였습니다.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분명 테너 색소폰 소리를 들은 듯 했습니다. 아주 익숙한...제게 색소폰을 알게 한...소니 롤린스 그의 소리였습니다.
무슨 일인가...왜 느닷없이 소니 롤린스가 천정에서 나타난 것일까... 후다닥 일어나서 턴 테이블 테크닉스에 전원을 넣고 소니 롤린스 판을 물렸습니다.
새벽으로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게속 우울했던 봄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정말 하루하루 일에 치이면서도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었고, 테크닉스에 전원을 집어 넣는 여유를 갖지도 못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는데... 그래서 일까요...천정에서 소니 롤린스가 테너 색소폰을 들고 나타난 것은...
제게는 어젯밤처럼 느닷없이 색소폰 소리가 가슴으로 치어들어 올 때가 있습니다. 이유없이 말입니다.
그럴때면 누구도 아닌 소니 롤린스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관계한 재즈 카페에 제일 많이 올리는 색소폰 연주도 소니 롤린스나 존 콜트레인 아니면 레스터 영일 것입니다. 그만큼 그들 특히 소니 롤린스는 제게 색소폰으로 재즈를 연주하는 것에 대한 꿈을 꾸게 했던 존재 자체였습니다.
저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오랜세월 단 하나의 악기라도 연주하는 것을 배우고 싶었건만 무슨 이유엔가 늘 실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색소폰을 연주해 보고 싶다는 것은 제게 에덴의 열매였습니다.
재즈를 알아가면서 재즈를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것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특히 하드 밥을 듣는다는 것은 벼락맞는 것처럼 전율을 느끼게 했던 시절...
레스터 영 보다 먼저 소니 롤린스를 만났기 때문에 그를 통해 테너 색소폰이 지닌 변함없는 한 가지 색깔... 몸살을 앓는 듯한 떨림을 알았기 때문인가 그렇게 전율을 느꼈나 봅니다. 그래서 지금도 긴 몸살 이후에 마치 무슨 약병을 찾는 것 처럼 그의 테너 색소폰 연주를 찾게 됩니다.
어젯밤도 그렇게 소니 롤린스가 제게 걸어들어왔던 모양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무슨 되지 않은 넋두리인가 하실 것을 알면서 이 넋두리를 하는 것은 그만큼 제 재즈 생활에 소니 롤린스는 재즈 자체가 되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넋두리를 올려서요...그러고보니 아침에 재즈 에세이를 쓰는 것도 처음이지 싶지만요...
소니 롤린스는 기량이 무르익어 한창 꽃피우고 있을 때있을 때, 혹은 너무 무르익어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 돌연 사라졌습니다. 자취도 없어서 그의 소식을 듣거나 흔적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예전과 같은 곡이었으나 또한 예전과 전혀 다른 곡이었습니다. 그는 두어 번 이렇게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었습니다.
노래를 불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이어나갔던 것일까요...
소니 롤린스와 비견될 만한 테너 색소폰 연주자는 한 손으로 꼽습니다. 콜맨 호킨스, 레스터 영, 존 콜트레인 정도가 고작입니다. 앞의 두 명은 테너 색소폰의 개척자로, 존 콜트레인과 소니 롤린스는 테너 색소폰의 완성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군요. ‘색소폰 콜로서스’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1956년에 녹음된 이 음반을 피아노에 토미 플래너건, 색소폰의 거장을 뒷받침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자제하겠습니다. 혹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분들께서는 고민이나 주저 없이 소니 롤린스의 이 음반 '색소폰 콜로서스'를 구입하셔도 후회 같은 건 아마 다른 음반의 이야기일 겁니다. 두 번째는 196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어느 시기의 음반도 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하는 분들은 이 때의 음반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긴 몸살을 앓았거나 흐드러지게 핀 꽃들 사이에서 봄날을 앓았을 독자분 누군가를 위해 테너 색소폰 연주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반드시 하드밥의 소니 롤린스로요...
뭐...얼마있으면 이 몸살나게 하는 봄 날도 끝이 날 것 같습니다만...변산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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