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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신문 11월 1주 기고문) 행복이 있는 곳 / 강 미

변산바람꽃 2009. 12. 5. 18:43

 

 

 

행복이 있는 곳

 

강 미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추위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들이닥칠 추운 겨울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겨울만 싫고 봄, 여름, 가을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사계절을 모두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과 불행하게 사는 사람은 환경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결정이 되기 때문인가 봅니다.

 

어떤 분이 말하기를 “불행이란 알고 보면,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진 행복만한 크기의 나무 그늘과 같은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행복의 실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그림자만 보고 불행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고대 설화에 나오는 얘기입니다.하나님께서 천사들에게 “행복을 사람들이 잘 찾지 못하는 은밀한 곳에 두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천사들이 "긴급회의"를 가졌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 두자는 천사, 높은 산에 두자는 천사 등 여러 주장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교활하고 야망 있는 인간이 그 정도는 쉽게 찾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와 다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 한 천사가 <인간의 마음>에 두자고 했습니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기 마음을 잘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이때부터 행복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행복은 머리로 찾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찾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아닌지..

 

“천재라고 해서 다 행복의 방정식을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학의 천재라고 불리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10살의 나이에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40세에 골머리를 앓으며 풀었다는 계산을 척척 해냈습니다. 그렇지만 소년은 주위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심한 부담감을 느꼈고 그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질 지경이었습니다. 소년의 부모는 걱정이 돼서 소년에게 긴장을 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자 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자신의 친구 딸과 소년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어린 소년과 소녀는 사이좋게 손을 맞잡고 영화관에 들어갔습니다. 영화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온 아버지의 차에 올랐을 때 소녀가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어땠니? 난 정말 감동을 받았지 뭐야. 그녀가 흐느낄 때는 나 역시 눈물이 났어” 소

녀의 얘기를 들은 소년의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베티가 울기까지 했다는 걸 보면 굉장했구나. 너는 어땠니?”

그러자 꼿꼿하게 앉아 있던 소년이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오늘 본 영화 속에는 정확히 12,316개의 문장이 나왔어요. 그것은 73,896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었지요."하면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불행한 천재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이었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많지만 행복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