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서재 §/▣ 시사&세상

[책] ‘바보’ 노무현이 남긴 미래의 민주주의 / 노무현 지음 / 동녘 펴냄

변산바람꽃 2009. 12. 6. 12:55

 

 

‘바보’ 노무현이 남긴 미래의 민주주의

 

【 진보의 미래 】 노무현 지음 동녘 펴냄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논쟁, 학술적 논쟁은 형태와 표현을 바꿔가며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그 탓에 이러한 논의는 정치인, 학자, 시민(사회)운동가가 아닌 다음에야 현실의 영역, 생활의 담론 바깥에서 진행되는 고담준론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하지만 진보, 보수 논의의 결과물은 교육, 보건의료 등 복지 문제와 세금, 일자리 등 경제 문제, 사회적 기본권의 제약 등으로 나타나며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고스란히 투영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진보의 문제, 보수의 문제를 조금 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러한 화두를 정면으로 던졌다. 여섯 달 전 대한민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며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그다. 시간이 흘러 국민들과 각계의 감정은 대충 추스려진 듯하다. 그가 지난 5월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꼼꼼히 써 내려 간 유작(遺作) 원고들이 ‘진보의 미래’(동녘 펴냄)로 묶여 나왔다. 이는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던지며 사회로 하여금 다시 그를 기억하게 만든다.

 

부제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가 말해주듯 책은 자신의 부족했음을 드러내고 대한민국 사회,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자 한다. 1부는 고인이 직접 쓴 육필원고를 그대로 수록했다. ‘국가의 역할’ ‘보수의 시대, 진보의시대’ ‘시민의 역할’ 등 시대의 화두를 다뤘다. 2부는 그가 ‘진보의 미래’를 집필하기 위해 참모진에게 구술한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퇴임 뒤 ‘진보주의 연구카페’를 주도한 사람이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한 고인의 미완성 저서이다. 남은 연구자들이 ‘노무현이 꿈꾼 나라’를 더욱 고민하고 일반 시민들이 인터넷 사이트 ‘사람사는 세상’ 등에 올린 글 등을 더해 세 번째 책을 낼 예정이다.

 

그는 책 속에서 우리 사회가 ‘국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고 말한다. 이념적이고 철학적인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이 아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속 문제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얘기해 보자는 것이다. 밑바닥에는 이미 보수진영에 의제 설정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는 진보세력 역시 보수의 주된 의제인 감세, 트리클다운(성장의 효과가 아래로 넘쳐 흐르는 현상), 규제 완화 등을 정면으로 다뤄 보자고 제안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책을 ‘보수주의에 비판적인 사람’이 아닌 ‘중립에 있거나 보수주의를 믿는 사람’에게 권하기 위해 쓴다고 밝혔다. 그만큼 보수와 진보 양측의 논리를 실증적이고 엄격하게, 근거를 갖고 접근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또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진보주의를 배신했다면 배신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며 자기검열적 질문도 던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