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Jazz 에세이 (26) - 무라카미 하루끼의 `재즈 에세이`에서 다시 `Ella Fitzgerald`를 만나다.
Jazz 에세이 (26) - 무라카미 하루끼의 '재즈 에세이'에서 다시 'Ella Fitzgerald'를 만나다.
내가 개인적으로 새기고 있는 엘라의 가창은 <엘라 앤드 루이 어게인>(Ella and Louis Again)에 수록되어 있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곡 'These Foolish Things'이다. 이 <엘라 앤드 루이스 어게인>은 타이틀이 말해주듯 엘라 피츠제랄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신나고 스윙 감각이 돋보이는 스튜디오 공연 세션(의 속편)인데, 이 노래에서는 루이가 빠지고 엘라 혼자 노래하고 있다. 열창을 끝낸 루이가 박수를 받으며 무대 뒤로 물러 가자, 엘라가 조용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면서 조명이 어스름해지는, 그런 식이다. 프로듀서 노먼 그란츠는 이렇게 작위적인 연출에 뛰어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한 때 무라카미 하루끼의 소설들만 연이어서 읽었던 적이 있다. 그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최초판으로 나온 '상실의 시대'가 주었던 강렬한 자기 암시에 걸렸던 것 때문이 아닐까 하고 그 후로도 생각했었다. 하루끼의 소설에는 반드시 재즈가 있다. '노르웨이 숲'에서는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가 컨켐포러리 재즈적인 분위기로 노래하고 있다.
하루끼의 소설에는 재즈 속에서 걸어나오는 초기 재즈의 예인들을 만날 수 있다. 엘라 핏제럴드를 하루끼 덕분에 더 가까워지기도 했으니까...
하여튼 엘라는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 한 'Ella and Louis Again'에서 어느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어울림을 그들만의 음성으로 일으켜 낸다. 그런 엘라에게 남편 레이 브라운은 재즈 그 자체의 혼과 같은 인물이었다. 레이 브라운...
몇 해전 레이 브라운의 공연을 보았었다...그리고 지금은 그의 음반을 듣고 있다. 여전히 내 책꽃이에 세월을 묵으며 얌전하게 꽂혀있는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를 오랜만에 꺼내어 펼쳐 본다. 엘라와 레이 브라운을 알게 된 추억이 고스란히 있다. 그 유명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멤버였고, 엘라 피츠제렬드의 남편이었다.
그는 올해 일흔 여섯이나 먹은 할아버지였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여전히 재즈의 중심이었다. 공연 동안 그는 과연 50년 동안 익힌 재즈의 맛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그의 손가락... 지난번 그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동행했던 후배는 그의 손가락을 '개구리 발바닥' 아니, '개구리 손바닥'처럼 생겼다고 했다. 앞으로 베이스 연주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그의 손가락이 얼마나 개구리와 닮았나는 보아둘까 싶을 지경이다. 어쨌든 베이스 위에서 춤추던 그의 손가락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오늘은 하루끼의 '재즈 에세이'를 다시 보면서 오랜만에 엘라 핏제럴드, 루이 암스트롱 그리고 레이 브라운을 한꺼번에 불러내었다...
여러분도 그들을 차례로 혹은 함께 불러보시라...~변산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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