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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Jazz - I Fall In Love Too Easily / Chet Baker

변산바람꽃 2009. 12. 20. 01:16

 

 

마약ㆍ폭력으로 망가진 삶…45세가 되어 재즈에 눈떠 절대고독을 연주하다.

 

재즈를 듣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나타난다. 트럼펫 연주자이자 보컬인 쳇 베이커다.

장식이라곤 전혀 없는 단순함, 듣는 사람의 기운을 모두 빼앗아 가는 듯한 나른함, 청춘의 아픔을 그대로 담고 있는 애절함, 저렇게 연주하다 트럼펫을 손에서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안쓰러움,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렸던 빼어난 외모까지….

재즈 피아니스트인 엔리코 피에라눈치는 베이커에 대해 "아주 적은 수의 음정만 가지고 삶에 대한 의문부호를 표현해 낼 줄 아는 연주자"라고 평한다.

을유문화사에서 펴내는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 중 한 권이 '쳇 베이커'다. 음악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개빈이 쓴 이 평전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베이커의 삶을 현미경처럼 보여준다. 그의 삶은 그의 음악만큼이나 애절하고 안타까웠다.

사실 그의 음악을 만든 건 그의 삶이다. 1929년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난 베이커는 중학교 시절부터 트럼펫을 불기 시작해 군악대를 거쳐 음악계에 발을 내딛는다. 1950년대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쿨 재즈 열풍과 맞물려 베이커의 음악은 한 시대 청년문화의 표상으로 자리잡는다. 그의 대표작인 'My funny valentine'은 기교와 실험성을 모두 뛰어넘는 단순함으로 마니아층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베이커의 전성기는 마약과 함께 무너져 내린다. 20대 중반부터 마약에 빠져들기 시작한 베이커는 마약 소지와 복용 혐의로 병원과 감옥을 드나들며 황폐해지기 시작한다. 폭력으로 이가 거의 다 부러지는 부상까지 당하며 청춘을 마약과 함께 보낸 베이커는 45세 나이에 다시 재즈계로 돌아온다. 많은 사람들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이 무렵의 음악이 베이커 연주의 백미라고 극찬한다. 절대고독이라는 경지를 음악에서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이유다.

베이커는 198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의문의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철저히 자신의 삶을 악마적 파멸로 이끌고 갔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되어 갔다.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라고 붙인 베이커 평전의 부제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쳇 베이커의 고독한 음성이 뭍어나는 곡...I Fall In Love Too Easily 를 감상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