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무죄 판결…의미와 전망
[TV리포트 조우영 기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허위 과장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정부 협상단의 명예 훼손과 수입업자들의 업무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속됐던 MBC 'PD수첩' 제작진이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20일 MBC 'PD수첩' 제작진인 조능희 책임프로듀서와 김보슬 PD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PD수첩이 보도한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에 걸려 사망했거나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 또한 허위 사실이라고만 볼 수 없다"며 "한국인이 유전자형으로 인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 가량 된다'는 보도 역시 전체적으로는 사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나 수입협상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만한 사유가 충분했고,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나름대로 근거를 갖춰 비판했기 때문에 정 전 장관 등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PD수첩'은 지난 2008년 4월 29일과 5월 13일 각각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2편을 방영했다. 이 과정에서 'PD수첩' 제작진은 인간광우병의 위험성과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 과정에 대해 비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같은 해 6월20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 등이 각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해당 내용을 왜곡·과장했다고 판단, 지난해 6월18일 PD수첩 제작진을 불구속 기소한 뒤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검찰, '갈등과 비판' 직면
결국 검찰은 이번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판부와의 갈등과 결국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 또한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는 착수 당시부터 그 배경과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컸다. 검찰은 'PD수첩'이 광우병 문제를 보도한 뒤, 정부·여당이 "조속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엄벌을 촉구하자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렸다. 하지만 수사를 지휘하던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무혐의 의견을 표하며 검찰을 떠났다.
당시 임 부장을 비롯한 수사팀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맞다. 이번 수사는 검찰 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침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양심고백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다시 새 수사팀을 꾸려 제작진 체포 및 MBC 압수수색 등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며 관련자 대다수를 기소, '정권의 해결사'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언론 및 법조계, 시민들 반응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판결, 전국교직원노조의 시국선언에 대한 무죄판결, 이번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판결까지 이어지며 사법부와 검찰 간의 갈등구도가 폭발 일보 직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회적인 논란도 더욱 가열되고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 및 네티즌들은 이번 PD수첩 사건에 대해 "당연한 판결에 감사해야 하는 현실이 부끄럽다" "아직 정의는 살아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번 무죄 판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각 언론사 노조와 기자협회 등도 최근 "정부의 '비판적 언론에 대한 탄압'과 '언론 장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특히 MBC와 'PD수첩'의 경우 최근 '4대강과 민생예산'(2009.12.1 방송) 편을 통해 정부와 미묘한 갈등 구조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재판부의 무죄 판결 의미는 남다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뉴라이트 성향 단체의 '민원'을 빌미삼아 방송통신위원회가 'PD수첩'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며 "'편파성' 운운하며 제재하겠다는 것은 '정부 감시', '정부 비판'에 입을 다물라는 말"이라고 성토한 바 있다.
이어 민언연은 "PD수첩에 대한 '뉴라이트' 세력의 트집 잡기와 방통심의위의 제재는 언론탄압 정권의 부역세력들이 똘똘 뭉쳐 사실상 하나 남은 비판프로그램 'PD수첩'의 목을 조르겠다는 것이자 공영방송 MBC의 비판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재판장 밖에는 대한어버이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이 몰려와 'PD수첩'무죄 판결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빨갱이 판사들을 모두 몰아내야 한다"고 격한 반응을 나타내는 등 극명하게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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