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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말을 한다./ 박 노해 시인

변산바람꽃 2010. 2. 1. 03:29

 

 

 

 

 

 

 

 

침묵이 말을 한다.

 

                                - 박노해 -

 

 

때로 침묵이 말을 한다
사람이 부끄러운 시대에는
이상이 몸을 잃은 시대에는
차라리 침묵이 주장을 한다

침묵으로 소리치는 말들,
말이 없어도 귓속의 귀로
마음속의 마음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목숨의 말들

아 피묻은 흰옷들 참혹하여라
아직 말을 구하지 못한 이 백치울음
그러나 살아있는 가슴들은 알지
삶은 불을 잉태하고 있다는 걸

진실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침묵 속에 익어가고 침묵 속에 키워지고
마침내 긴 침묵이 빛을 터트리는 날
푸른 사람들, 소리치며 일어설 것이다

침묵이 말을 한다
침묵이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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