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詩 서재

막차를 타기 위해 / 강미

변산바람꽃 2010. 6. 30. 20:22

 

 

 

 

 

          

              막차를 타기 위해   

 

 

                                                - 강 미 -


  계속 뛰었다. 

처음엔 등줄기가 뻣뻣해져 왔다.
  폐는 갑자기 한꺼번에 들어오는 바람을 받아들이려고
  옆구리를 조여왔다.

 

  그래도 뛰었다.  숨이 가파왔다.
  서울역 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그 거리가 저만치 있는 것만 같았다. 
  시간을 보지 않았다. 계속 뛰었다.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폐는 여전히 들어온 바람을 내보내기 위해 
  옆구리를 조이고 있었다. 
  서울역 '오늘 차 타는 곳'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까지도 뛰었다.


  무릎이 꺽여오는 데
  입구를 지나쳐 표파는 곳 계단에 첫 발을 디디는 데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11시 49분

 

  겨우 5분을 뛰었구나...

 

  왜 뛰어와야 했을까
  왜 절망이 가슴 언저리에 들어온 것 마냥 내달려야 했을까

  
  숨이 가파 역무원이 알아 듣기 힘들 정도의
  가픈 소리로 수원행 표를 샀다. 
  그리고 마치 
  나를 마지막으로 태우려고 기다렸다는 듯이
  서서히 출발하려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폐는 계속 옆구리 조인 힘을 풀지 않으며
  고통을 호소했고
  여전히 목구멍은 따끔거리는 정도를 넘어
  침 삼키기도 힘들 정도였다.

 

  12시  25분에 수원역에 내려서 밖으로 나왔다.
  막상 그렇게 뛰어 막차를 타고 올 곳으로 왔건만
  발걸음을  어디로 옮겨야 할 지  막막해졌다.


  여전히 목구멍이 아팠다.
  그리고 엄마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을 딸을 둔
  엄마인 여자가 자정 넘은 수원역 광장에서
  그만 멈추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