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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벽길을 떠난다. / 박노해

변산바람꽃 2010. 9. 5. 10:44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 박노해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 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들, 한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 
지금 시린 눈빛으로 말없이 앞을 뚫어 보지만 
우리는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우리는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 
지금 우리 젖은 얼굴로 걸어 갈 뿐이다 
오늘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참 좋은 날이다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어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