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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 Pony> Cassandra Wilson / Blue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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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보컬리스트 카산드라 윌슨(Cassandra Wilson)이 신작 <실버 포니(Silver Pony)를 발매했다.
카산드라 윌슨은 블루스(Blues)에 대한 이해력이 단연 뛰어난 재즈 보컬리스트다. 80년대 중반 데뷔한 그녀는 1993년 앨범 <블루 라잇 틸 돈(Blue Light 'Til Dawn)>을 시작으로 재즈의 명가 블루노트(Blue Note)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려나갔다. 이후 카산드라 윌슨은 블루스의 색체를 지닌 <뉴 문 도터(New Moon Daughter)>,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곡을 재해석한 <트레블링 마일스(Traveling Miles)>를 통해 여타 재즈 보컬리스트들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관능적인 매력을 보여줬다.
블루스에 대한 카산드라 윌슨의 애정이 직접적으로 나타난 대표적인 앨범은 <벨리 오브 더 선(Belly Of The Sun)>과 <썬더버드(Thunderbird)>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20세기 초반 흑인들의 델타 블루스(Delta Blues)를 재즈에 섞으며 미국의 루츠 음악(Roots Music)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전통적인 요소는 카산드라 윌슨의 선 굵은 목소리에 더욱 무게감을 실어줬고,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유일무이한 재즈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빔 벤더스 감독의 2003년 다큐멘터리 영화 <더 블루스 : 소울 오브 맨(The Blues : Soul Of Man)>에 출연해 흙냄새 풍기는 미국 남부의 델타 블루스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한 신보 <실버 포니>는 흥미롭게도 라이브 음원과 스튜디오 녹음이 한데 뒤섞여 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느낌보다는 라이브의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앨범에 생동감을 주고 있다. 수록곡들은 재즈와 블루스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블루스의 특징인 보컬과 기타 간의 능란한 인터플레이(서로 주고받는 연주)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그동안 카산드라 윌슨의 공연과 앨범 작업에 꾸준히 참여해왔던 마빈 스웰(Marvin Sewell)이 사운드의 키를 쥐고 있다. 마빈 스웰은 카산드라 윌슨의 앨범에 참여해왔던 기타리스트들인 켑 모(Keb' Mo'), 마크 리봇(Marc Ribot)과 비교해 보컬·기타 사이의 단연 밀접한 교감을 보여 왔다. 카산드라 윌슨과 마빈 스웰의 주고받는 연주는 '웬트 다운 투 세인트 제임스 인퍼머리(Went Down To St. James Infirmary)', '새들 업 마이 포니(Saddle Up My Pony)' 등의 라이브 음원에 특히 잘 드러난다.
이번 앨범에서 팬들의 흥미를 끌만한 곡들은 카산드라 윌슨 고유의 스타일로 편곡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이프 잇츠 매직(If It's Magic)’, 비틀즈(The Beatles)의 '블랙 버드(Black Bird)', 그리고 소울 가수 존 레전드(John Legend)와 듀엣으로 노래한 '와치 더 선라이즈(Watch The Sunrise)'다. 이와 같은 커버곡과 듀엣은 카산드라 윌슨의 곡 장악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The Second Glass> 흠 / BIC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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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데뷔작 <흠(Heum)>으로 국내 재즈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흠이 2집 <더 세컨드 글래스(The Second Glass)>를 내놨다.
흠은 동아방송예술대학 동문들이 모여 2007년 결성됐다. 이들은 정통 모던 재즈나 퓨전 재즈의 관성에 머무르지 않고 가요의 감성이 담긴 친숙한 재즈를 들려줬다. 이로써 흠은 2009년 EBS 스페이스 공감에 헬로 루키로 선정된 이후 '한국대중음악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에 인디밴드와 나란히 무대에 올라 재즈 팬이 아닌 일반관객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 새로 발매된 <더 세컨드 글래스>는 기존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 앨범과 마찬가지로 수록곡 전체가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다. 기존 멤버들인 색소폰의 최정흠, 건반 강유현, 베이스 심영주, 드럼의 이광혁으로 이루어진 퀄텟(Quartet) 구성에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이 몇몇 트랙에 피처링했다.
첫 곡 '같은 술자리 다른 술잔'에서부터 담백한 연주가 귀를 감싼다. 고급 BGM과 같은 잔잔한 음악으로 곡 중간에 '마이 페이보릿 씽(My Favourite Thing)'의 테마를 삽입해 친숙함을 더한다. 심성락이 아코디언으로 참여한 '잇 더즌 리얼리 매러(It Doesn't Really Matter)'는 애조띤 멜로디가 정겹게 다가온다. 대개 퀄텟에 아코디언이 첨가되면 탱고 등 라틴 음악을 기대하는 재즈 팬들도 있겠지만, 이들은 다분히 가요적인 감성을 들려준다.
'그날에 만난 좋은 사람'같은 경우는 진솔한 감성이 제대로 담긴 웰 메이드 발라드다. 임성규가 보컬로 참여한 이곡은 그날에 우연히 만나 좋았었던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아는 체하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상황을 세심하고 예쁜 가사로 그렸다. 80년대 밴드 '동물원'의 음악을 추억하게 만드는 그런 발라드다.
'아침에 느껴지는 은빛 햇살의 정겨움', '혼자 타는 시소' 등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흠의 연주는 정감어린 감성을 가진다. 듣고 분석하기를 강요하는 심각한 재즈가 아닌 일상을 편안하게 파고드는 재즈다.
<Live in Tokyo> Annekei / C&L Music
미녀 싱어송라이터 안나케이(Annekei)의 일본 라이브 앨범이다. 덴마크 출신인 안나케이는 2006년 일본에서 셀프타이틀 데뷔작 <안나케이>를 발표하고 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에서도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데 영화배우 못지않은 외모로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외모에만 기대는 뮤지션은 아니다.
안나케이는 재즈가 가미된 팝을 추구한다. 그녀는 전문적인 재즈 뮤지션은 아니지만 1집부터 일본의 스무드 재즈 밴드 디멘션(Dimension)과 작업했고, 이후 한국의 재즈 기타리스트 잭 리(Jack Lee)와 듀오 앨범 <러브 레터(Love Letter)>를 내놓기도 했다. 또한 그녀의 솔로 3집 <터치(Touch)>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리 릿나워(Lee Ritenour)의 진두지휘 아래 크리스찬 맥브라이드(Christian McBride), 데이브 웨클(Dave Weckl) 등의 연주로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안나케이의 음악에는 그녀 자신의 팝적인 감성과 스무드 재즈 연주자들의 세련된 느낌이 고루 섞여있다.
이번 라이브 앨범 <라이브 인 도쿄(Live in Tokyo)>는 작년 일본 메구로에 위치한 라이브 클럽 <블루스 앨리(Blues Alley)>에서의 공연실황을 담고 있다. 안나케이의 통기타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심플한 무대로 꾸며졌으며 디멘션의 기타리스트 마스자키 타카시가 참여해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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