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 2011. 4. 28. 23:15

 

 

 

 

 

 

 

 

쓰러지던 날

 

                              - 강 미 -

 

 

   의식을
   도는 시간이 잔인한 것일까.
   시간의 흐름에
   두려워 떠는
   의식의
   집요함이 잔인한 것일까.

   밖으로 도는 바람까지
   내 살아있음을 조롱하는가.
   밤 마저
   내 등을 훌쩍 떠미는가.

   하루 하루의 날들이
   날카로운 이를 세우며
   나를 갉고 있더니

   육신의 허망함이여...

   그리
   가볍게 무너져내릴 걸
   그리
   순식간에 부숴져 버릴 걸
   무슨
   그리움이 많다고

   쓰러지는 순간까지
   멀어지는 의식 끝을
   허옇게
   빈 손으로 잡으려는가.

   돌이켜
   세워진 뼈다귀 같은
   몸으로
   다시 도는 시간 속에

   홀로 서 서

   살아냈음의 잔해같은
   옷을 벗는구나.

   그리움으로
   살아낸 날들의 흔적같은
   옷을 벗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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