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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의 23.] ‘국가권력과 국민의 자유’...토마스 홉스의 사상을 중심으로 (1강)

변산바람꽃 2011. 8. 7. 14:13

 

 

[논술강의 23.]

 ‘국가권력과 국민의 자유’...토마스 홉스의 사상을 중심으로 (1강)



오늘 강의할 내용은 내가 홈피에 올려둔 '홉스의 리바이던으로 보는 절대국가권력과 국민의 자유'에서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기 때문에 나중에 여러분이 학원 홈피에서 포괄적인 내용을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홉스의 사상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어떻게 국민의 자유에 개입되는가는 다른 논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시간에 2강으로 비교해 보기로 한다.

홉스가 그리는 인간의 ‘자연상태’에서는 만인 각자마다의 외부적 대상체에 대한 감각으로 인하여 생기는 인체내부의 ‘운동’일 따름인 만개의 思考와 추리와 만개의 욕망과 정념과, 그로 인한 만개의 외적 행동이 있을 뿐이며, 선․악, 정의․부정의, 진리․비진리 등의 가치개념 내지 척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가치개념들이 ‘자연상태’에서도 존재한다면, 만인의 감각이나 욕망․정념에 상응하는 만개의 선․악, 정의․부정의, 진리․비진리 등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므로 홉스는 인간의 ‘선’, ‘악’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어떤 사람의 욕망이나 의욕의 대상은 그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그로서는 ‘선’이라 부르게 되는 바의 것이며, 그리고 그의 증오나 혐오의 대상은 그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그로서는 ‘악’이라 부르게 되는 바의 것이다. ‘선’, ‘악’이라는 말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과의 관련에 따라서 쓰이는 것으로서 순수하고 절대적인 선,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기계가 갖게 되는 갖가지 사고나 욕망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그것은 ‘운동’일 뿐인 것으로서 “그 자체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며”, 또한 “정의, 부정의라는 것도 육체나 정신의 기능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인간 각자는 자기의 기계적 운동에 의하여 자기 생각과 자기 욕망을 가지는 기계적 개체이다. 그러므로 ‘자연상태’에서의 인간들의 상호관계는 아무런 연대나 구속이나 제한이 없는 원자적 개체들의 관계이다. 따라서 ‘자연상태’에서는 모든 인간은 자기보존과 욕망충족을 위하여 자신의 이성과 판단에 따라서 가능한 한의 모든 힘과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 자유를 가진다. 그리하여 각인은 자기보존과 욕망충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타인을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상해하거나 살해하거나 기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즉, ‘자연상태’에서는 “각자 모두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무제한의 자연적 자유를, 홉스는 인간의 ‘자연권’(jus naturale)으로 파악한다. 이와 같은 ‘자연권’을 가진 인간들은 육체적 능력이나, 정신적 능력들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평등한 능력을 가진다고 한다. 바로 이 ‘평등’한 인간의 ‘자연권’이 인간을 ‘이리’로 되게 하며, 인간의 ‘자연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로 화하게 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인 ‘자연상태’에서는 인간의 생활은, 한 마디로 말해서,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며, 따라서 인간은 천수를 다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상태’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나쁜 것은 계속적인 공포와 폭력에 의한 죽음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우선 개인의 ‘자기 자연의 보존’(the preservation of his own nature, that is to say, of his own life)에 대한 바람이 국가설립의 본래적 동기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홉스에 의하여 국가설립의 동기가 ‘이데아’, ‘도덕’, ‘(자연)법’, ‘정의’, ‘신의 의사’ 등과 같은 형이상학적이 것으로부터 ‘심리학적인 동기’로 변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홉스 사상에 있어서의 국가설립의 목적은 국민들의 “‘선한 삶’에 대한 배려”(die Sorge für das “gute Leben”)를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존”(das Überleben)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말하여 지기도 하고, 또는 “현세에서의 나의 형이하학적(육체적) 삶의 안전”(die Sicherheit meines diesseitigen physischen Daseins)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말하여 지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이점에서, “너를 보호해 주기 때문에 너에게 의무를 부과한다”(protego, ergo obligo)라는 ‘보호와 복종의 상관관계’(Relation von Schutz und Gehorsan)가 홉스의 국가사상의 핵심으로 나타난다.

홉스의 사상에서 개체로서의 만인은 상호간의 ‘계약’으로써 이른바 ‘절대권력’을 가지는 국가를 탄생시키기는 한다. 그러나 이 ‘절대권력’은 ‘나’의 생명, 신체, ‘나’의 생존을 보호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탄생시키는 것이지, 절대권력 그 자체를 목적으로서 탄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내란 등으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 주지 못할 때, 거기에는 이미 국민의 ‘복종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국가의 이른바 절대권력이 어떤 형이상학적이고 절대적인 진리, 가치 또는 신의 의사를 실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그것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단순히 그 절대권력의 물리적 강제 때문에 복종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은 국가권력에 대해서 보호해 주는 한에서 복종한다. 보호가 끝나는 거기에서 복종도 끝난다. 이와 같은 점에서 홉스가 말하는, ‘국가’가 지니는 이른바 ‘절대권력’은 이미 내재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권력이다. 이 점에서 ‘보호와 복종의 상관관계’를 그 본질로 가지는 ‘절대권력’은, 앞에서 설명한 바 있는, ‘명령과 복종의 관계’를 그 본질로 가지는 무제한의 지배권과 구별된다.

홉스의 사상에 있어서 ‘국가’의 ‘절대권력’은 인간 개체들의 ‘자기보존’을 위한 것이다. 즉, 인간 개체들이 벌이는, 욕망과 이기심과 권력욕에 의하여 야기되는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목적들에 대한 끝간 데 없는 추구가 현세에서의 인간의 삶의 참 모습이며, 이러한 삶 속에서는 각 개인의 ‘생존’이 ‘최고선’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 ‘국가’이며, 그 ‘국가’가 지니는 것이 이른바 ‘절대권력’이다.

이와 같이 홉스의 국가사상에서, 그리고 그의 ‘절대권력’사상에서 ‘생존’이 인간에게 ‘최고선’인 것으로 나타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서 또한 ― 그가 주장하는 ‘절대권력’을 이해하는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 그가 ‘생존’을 ‘최고선’으로 보는 본래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홉스의 사상에서 ‘절대권력’이라는 것이 진정한(무제한의) 절대권력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존’ 또한 “그 자체가 절대가치이며, 최고․최종목적이다”라는 의미로서의 ‘최고선’일 수 없다.

따라서 홉스의 국가사상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보호와 복종의 상관관계’라는 것도 또한 단순히 ‘생존’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데서 그 의미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최고선’인 ‘생존’의 보장과 그에 따르는 ‘보호와 복종의 상관관계’라는 것은, 홉스의 국가사상에서는, ‘평화의 왕국’이라는 목적을 이룩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필요불가결한 조건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이 점을 아래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홉스의 ‘국가’는 ‘질서를 지우는 힘’으로서의 국가이지, ‘힘의 질서’로서의 국가가 아니다. 다시 말하면, 홉스에게는 ‘국가’의 절대 권력은 ‘평화의 질서’를 이룩해야 하는 수단으로서의 권력이지, ‘생존’보장이라는 조건을 내세우고 ‘절대’권력이라는 것을 빙자하여 자의적으로 어떤 질서라도 만들어내도 되는, 그런 권력이 아니다. 그리고 홉스 사상에서의 ‘평화’란 “각자가 자기 양심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의 ‘평화’란 개인의 양심과 그 양심에 필수적으로 따르게 마련인 자유가 부정되는 ‘무덤 속의 평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목자가 양 떼를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경우와 같은, 지배자의 절대적 영도 속의 평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점은 홉스의 국가설립계약론이 잘 말해 준다. 홉스의 국가설립계약론은 ‘힘의 규범’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이성의 규범’을 지향하고 있다.

홉스의 ‘국가’는 절대권력을 ‘자기 고유의 것’, 다시 말하면, ‘본래부터 자신이 가지는 것’으로서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만인간의 ‘계약’에 의하여 가지게 된다. 홉스에 의하면, 자연상태의 비참한 상황에서 인간의 이성이 깨달은 바는, 만인간의 투쟁상태를 종식시키고 자기보존을 확보할 수 있는 평화상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만인상호간의 계약에 의하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권’을 한 사람 또는 다수인으로 구성된 한 집합체에 양도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그대들이 자신에 대한 자기지배권을 이 사람 (또는 집합체)에게 이양하고 그의 모든 행위에 권한을 부여한다는 조건하에서, 나 또한 나 자신을 지배하는 권리를 그에게 위임하고 이양하는 바이다”라는 내용의 계약을 상호간에 체결하게 되며, “이렇게 하여 하나의 인격자(one person)로 합일된 다수”가 바로 ‘국가’라고 한다. 그리하여 홉스는 “국가란 만인상호간의 계약에 의하여 설립된 하나의 인격자로서, 만인 각자가 그 인격자의 모든 행위의 창조자가 되며, 그러므로 그 인격자는 만인의 평화와 공동방위를 위하여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바에 따라 만인의 힘과 수단을 사용하는 권한을 가진다”라고 ‘국가’를 정의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이 만인이 자연적 자유, 즉, ‘자연권’을 계약에 의하여 한 인격자에로 이양하는 것은 ‘자연권’의 포기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어떻게 하면 ‘생존’과 ‘자유’를 타인으로부터 침해받음이 없이 올바르게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실천적․경험적 이성’의 ‘결론’이 만인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계약을 맺게끔 한다. 그리고 이 계약이 목적으로 하는 바가 바로 ‘평화의 질서’이며, 이 ‘평화의 질서’를 가능하게 해 주는 법칙들이 홉스가 말하는 ‘자연법’(lex naturalis)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질서가 인간에게 필요한가”에 대답은, 홉스에 의하면, 자연적 본능이 지니는 갖가지 욕망과 열정이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말해준다.

이와 같이 인간의 실천이성은 인간에게 자연법을 깨우쳐 주는 동시에 상호간에 그 준수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계약을 맺게 하지만, 그 계약이 내용대로 준수될 것인가에 관하여는 준수하겠다는 계약만으로는 아무런 보장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홉스가 보는 인간의 선천적 성정이란 자연법 준수의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생존욕, 권력욕, 이기심, 자만심, 경쟁심, 복수심, 주관과 아집 등 갖가지 욕망들에 이끌리어 필요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그 계약을 파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홉스는 “칼을 갖지 못한 계약이란 단순한 말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의 안전을 보장할 힘을 전혀 갖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또한 실천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국가설립계약(이른바 ‘복종계약’)에 의하여 ‘절대권력’을 가지는 ‘국가’를 만들어 낸다. 즉, 홉스는 ‘평화의 질서’ ― 자신이 말하는 ‘자연법’에 따른 질서 ― 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절대권력’을 가진 ‘국가’를 요구하고 있다.

홉스 사상의 근본에는 다른 것이 아닌, ‘양심을 가진 인간’의 ‘자기보존’이 놓여 있다. ‘국가’의 본질은 각 개인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고’ ‘공공연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하는 데에 있다. 이 가능성이 ‘인간적’ ‘평화질서’로서의 ‘국가’이다. 이 가능성은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상태에서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자는 그 생존을 오래 지탱하지 못한다. 이 점이 국가설립의 근본동기이다. ‘원자적 개체’들은 ‘국가’ 속에서, 즉, ‘평화의 질서’ 속에서 ― 다시 말하면, 각 개인의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공공연하게’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 속에서 ― 비로소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가능성 속의 삶이 ‘시민’(Bürger)으로서의 삶이다. 다시 말하면, 홉스 사상에서의 국가권력과 국가구성원간의 관계는 국가권력과 ‘인간’, 국가권력과 ‘시민’의 관계이지, 국가권력 대 노예, 또는 국가권력 대 신민의 관계가 아니다.

현대는 ‘이익사회’, ‘경쟁적 시장사회’가 그 정점에 이르고 있는 시대이다. 이와 같은 사회 속의 인간들에게, 오늘날의 말로 표현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삶’을 구현해 주고 보장해 주기 위한 질서가 오늘의 우리들의 ‘국가’라면은, 홉스의 국가사상은, 비록 17세기의 사상이기는 하지만, 우리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많다.

왜냐하면 그의 사상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자연상태이론’, ‘자연법론’, 국가설립계약론‘과 그리고 이른바 ‘절대권력론’은 바로 ‘현실’의, 그리고 ‘현대’의 ‘국가’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냉철하게 잘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홉스의 사상은 ‘현대’의 국가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드문 사상이다. 홉스의 사상의 핵심인 ‘평화의 질서’와 그에 따른 ‘절대권력과 양심․자유와의 상관관계’는 그가 ‘현대’의 ‘국가’에게 내놓은 화두이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던지는 오늘의 순진한 화두이기도 하다.
국가권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