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강 - 생명윤리와 환경생태학이 갖는 의미
리포트 특강 - 생명윤리와 환경생태학이 갖는 의미 (강미/변산바람꽃)
1. 들어가며...
인간의 존재론적 물음은 원시의 시대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원시시대에서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왔던 것과는 달리, 인간 몸의 개념에 대한 확장으로부터 환경과 자연을 이해하려는 철학적 생각들이 많이 퇴보한 듯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이 이루어낸 급진적 과학지식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생명 복제 등의 과학기술 발달은 인간의 몸에 대한 사유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하였다. 고대의 일체론적 사고로부터, 몸-감성-자연을 분리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세계로서의 자연은 점점 더 도구화되고 소외되어 왔다.
이러한 제문제들 속에서 무엇보다 인간에 관한 근원적인 문제로서 현대에 제기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간 생명에 관한 위기일 것이다. 인간 생명의 위기는 인간의 몸과 더불어 모든 자연 현상과 결부되어 있는 총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인간학적 문제 뿐 아니라, 사회학적이고 현재 ․ 미래적인 실존론적 의미를 동시에 물어야 하는 복합적인 사항을 안고 있다. 인간복제 등 인간과 인간의 몸에 대한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에 대한 진지한 답변을 구하는 것은 따라서,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 하겠다.
따라서 인간 몸에 개념을 중심으로, 이러한 제문제들에 관해 어떻게 생각될 수 있는지에 관해 생명 윤리학과 생태학적 관점에서 논해보고자 한다.
2. 인간과 자연
⑴ 인간과 자연의 조화 - 몸 개념의 확장
인간은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부터, 자연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더 절실하고 의미있는 것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주와 인간 자신의 근원에 대한 물음으로서의 자연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졌다. 이에 대한 산물로 나타난 신화적 세계나 원시 샤머니즘 등은 단순한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서부터 연장되어 정신, 주체, 이성과 대립되는 육체, 감성, 성적 본질까지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자연은 단순히 정신과 대립된 세계, 우리에게 객체적으로 존재하는 혹은 우리가 보호하고 되찾아야만 하는 환경 세계 이상의 것이었다.
이러한 방향에서 니체는 “나의 과제는 자연을 탈인간화하고 그 다음 인간이 ‘자연’의 순수한 개념을 얻은 이후에 인간을 자연화하는것”이라고 규정한다. 이로부터 니체는 소외되어왔던 감성과 자연에 그 본래적인 명예를 회복시키고자 했는데, 이러한 주장을 위해 형이상학적 사유의 오류를 폭로하고 자신의 철학의 핵심적인 ‘몸’ 개념을 매개로 하여 인간, 자연, 세계에 대한 인식을 전체적으로 새롭게 정의하려 했다. 이로부터 빼앗긴 자연의 본래적인 의미와 가치를 복원시키고자 이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이성 즉 ‘몸’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즉, 인간은 자연과 환경 속에 그리고 더불어있는 존재이며 그 한부분으로 파악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니체의 사상은 신화적 세계 혹은 원시적 세계 속에서 인간이 갈구했던 몸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돌아보게 하였다. 또한, 현대의 생명에 관한 문제와 직결되는 생명윤리학적 관점에 대한 문제들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기본적 토대를 제공해 주었다.
⑵ 복제인간의 시대에서 몸에 대한 관점
복제인간의 시대, 혹은 사이버 문화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꾀하거나, 감성과 자연을 세계인식의 중심에 끌어다 놓았던 니체, 포이에르 바하와 같은 몸에 대한 인식성은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하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인간은 결코 몸으로 대변되는 전인적 인간이 되지 못한다. 마크 더리(Mark Dery: 1996)는 이들을 ‘비신체적 경험들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육질’로 표현할 정도로 인간 신체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존재’로 파악하였다. 컴퓨터와 생물학적으로 합체하려는 욕망을 지닌 경우, 육체에 대한 혐오는 죽음에 대한 애착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육체에 대한 공포는 다시 육체를 공학적 실험의 대상으로 삼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 정신과 육체의 대립은 자연과 환경, 그리고 몸과의 조화를 꾀했던 고대 원시 세계의 철학과는 서로 이질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복제인간의 시대에서 인간은 자연과 환경의 일부로서라기 보다는, 몸에 대한 혐오감에서부터 감성과 자연성을 몸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여기에서부터 생명윤리학과 환경생태학적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⑶ 생명 윤리학적 관점에서의 지적
이러한 생명과 환경에 대한 문제들에 관하여, 생명윤리학에서는 많은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스 요나스(H.Jonas: 1984)는 “궁극적 가치로서 인간의 생명은 그 밖의 목적이나 가치를 위해서 도구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고 하여, 인간의 삶을 결코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항상 목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 자신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으로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 테일러(P.Talor: 1986)의 생명중심윤리도 이와 같은 관점에 서 있다. 이 관점은 모든 생명체가 내재적인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보는 것에서 기본 전제를 가진다. 또한, 이들 생명체는 고유한 선을 추구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인간에게 생명체 내지는 살아있는 자연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가지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복제 시대에 생명 윤리학적 문제들을 지적한다. 첫째, 생명 윤리학적 관점에서 인간 복제와 같은 문제들은 몸의 확장 개념에서 출발한 자연의 평형성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의 전제는 자연의 항상성이다. 그러나, 인간복제 시대에서 인간은 전체와 평형을 이룬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을 복제하고 수단화 시키는 것은 평형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인간이 전체로서의 자연 위에 존재한다는 생각의 결과인 것이다.
둘째, 자연에 기초한 도덕이 인간 몸의 확장으로서 책임의 원칙을 따른 자연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 반해, 인간 복제의 시대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상실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요나스와 테일러의 주장은 인간의 몸 개념을 확장하여 자연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서, 그리고 여타의 생명체들과 동일한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수단화 되어버린 자연의 개념은, 몸의 확장으로부터 출발한 자연과 환경의 의미를 그것의 일부인 인간이 단순하게 목적론적으로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인간 복제 시대에서 인간이 자연을 수단으로 삼는 것은 원시적 의미의 몸의 확장 개념으로부터 소원해진 결과라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혐오로부터 원시적 의미의 몸의 확장 개념을 생물학적 육체로만 한정지어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몸이 아닌 단순한 의미의 육체를 공학적 실험의 대상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⑷ 환경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지적
요나스와 테일러가 인간복제 시대에 생명 윤리학적으로 제시한 문제점들은 기본적으로 목적론적 자연관의 입장에 서있다. 이러한 주장들에 관해 바이에르츠(1987)는 요나스나 테일러 등이 주장하는 목적론적 자연관이 갖는 문제점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바이에르츠는 자연을 구별하는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온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인간의 독특한 지위를 거부하고 인간마저 자연의 일부로 파악하는 것은 결국 도덕적 행위 자체를 마비시켜 환경윤리학의 존립근거를 증발시켜 버린다고 생각하였다.
즉, 자연과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환경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생태계가 그렇게 안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 전제 아래서, 인간복제 시대에서 야기될 수 있는 환경 생태학적인 문제점들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일부, 혹은 자연의 아래에 존재하는 인간의 개념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일단, ‘평형상태는 인간의 기술에 의해 위협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 균형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생명 윤리학적 관점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고, 인간 행위의 준거는 자연밖에 존재함을 그 기본 전제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인간과 환경의 공존이라는 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인간 몸 개념의 확장이라는 자연 우위적 논점에서 논할 것이 아니라, 인간 규범과 가치에 근거하여 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에르츠의 환경 생태학적 관점은 도덕적 평가를 받는 것이 자연적 사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 행위의 정당화 근거는 몸의 확장으로부터 출발하는 자연으로부터 찾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이 어떤 것을 한다는 사실로부터 우리가 같은 행위를 해도 좋다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 자연의 진화과정이 파괴적이라해서 우리는 상태계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인간 행위의 준거는 자연 밖에 존재한다.
⑸ 인간 복제 시대에 생명윤리
원시 ․ 신화적 시대의 몸의 개념은 단순한 육체 그 자체를 뜻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명 문제란 생명의 시작과 생명의 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명의 근원성, 생명체의 존재방식에 대한 탐구문제였다. 이러한 점에서 니체 등의 몸개념은 무제한적으로 누려왔던 이성의 자율성에 대한 반성과 자연을 회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내재해 있었다.
확실히, 인간 복제시대의 문제들을 생명 윤리학적 관점을 통해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니체의 몸개념과 무관하지 않다. 즉, 생명 그 자체는 물리학과 화학과 같은 분과들에서는 원칙적으로 파악될 수 없다는 점에서 생명 윤리학과 환경 생태학적인 문제의 초점이 모아진다. 물리학과 화학에서 집중하는 ‘살아있는 것의 성분분석’은 결코 ‘살아있는 것의 존재방식’을 의미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서 자연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이성으로서의 몸의 개념에 도달할 수 없다.
생명 윤리학에서 도달하고자 하는 결론은 사실 환경생태학적 의미와 맞닿아있다.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과 모든 생물체를 파악하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들은 각기 고유한 선을 추구한다는 관점의 생명 윤리학은 결국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꾀하는 환경생태학적 기본 원리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복제, 사이버 문화 속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인간 몸에 대한 혐오나 수단적 이용은 결국 생명 윤리학과 환경생태학적 관점의 총체적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할 수 있겠다.
3. 생명윤리와 환경생태학이 갖는 의미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원시 샤머니즘과 신화적 세계에서 보였던 자연과 인간의 조화는 몸의 확장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자연을 객체가 아닌 전체적인 측면에서 파악하려 하였다. 이러한 사상으로부터 제기된 최근의 생명 윤리학적 문제들은 인간 몸과 자연의 관계에 유의미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즉, 인간의 몸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평형적이며, 단순히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것 이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연은 도덕적 평가를 받는 주체가 아니라, 인간이 가치규범을 어떻게 설정하고 이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비판적 환경생태학적 입장 또한 살펴보았다.
앞 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 복제시대에서 생명윤리와 환경생태학적으로 제기된 문제들은 원시 인간-자연관과 동떨어져있지 않다. 원시의 자연관은 결국 인간 몸의 확장으로부터 출발한 문제이며,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생명윤리학적 문제들은 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명의 근원성, 생명체의 존재방식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인간과 자연의 균형적이고 평형적인 관계에 대해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복제시대를 살아가는 인지적이고 논리적이며 역동적인 인간이 추구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 참고문헌
① 이종관,「환경윤리학과 인간중심주의:생태학적 환경윤리학과 그에 대한 바이에르츠 비판을 중심으로」,『철학』, 1996 ② 김미기,「감성과 자연의 명예회복:포이에르 바하와 니체의 몸 개념을 중심으로」, 『니체연구』, 2004 ③ 양해림,「생명공학시대의 인간복제는 새로운 책임윤리를 요청하는가?」, 『동서철학연구』, 2003 ④ 강내희,「몸,글,인문학」,『인문연구』, 2004 ⑤ 문동규,「하이데거의 생명이해와 생명중심윤리」,『범한철학』, 2003 ⑥ 정동호,「자연의 도덕화와 탈자연화」,『니체연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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