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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의 35.] 존재지향적인 삶으로서의 소비

변산바람꽃 2011. 10. 29. 23:30

 

 

 

[논술강의 35.] 존재지향적인 삶으로서의 소비

 

 

 

 

 

그동안 강의를 통해 물질적 가치 기준을 대표하는 소비에 대해 여러번 다루어 왔다. 현대는 소비의 사회이다. 어떠한 형태로든지 인간의 욕망이 추구하는 목적지에는 소비를 통한 자기 만족을 제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의 강의 방향은 그동안 대학에서 꾸준하게 제시해 온 소비에 대해 존재론적 시각에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2004년도 이후 이화여대와 고려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많은 대학에서 소비를 텍스트로 다루어 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번 강의를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대학에서 자주 출제된 논제이니까 연습한다는 것 외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반성해 보면서 인간 삶에 있어 소중한 가치로 여겨져야 할 자기 자신의 존재, 자연과의 만남, 절제, 타자에 대한 배려와 같은 것들이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소비 사회의 다양한 일면들을 되돌아보면서 왜 이제는 자연이나 사물과의 순수한 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그 관계 회복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논하면서, 비판적 사고 능력과 논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의 원인을 소유 지향적 삶의 방식이라고 피력했다. 다양한 가치의 생존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치우쳐 모든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인간에게 깨우침을 주는 글이다. 현대 사회의 물질적 풍족함이 과연 인간에게 올바른 삶을 유지하게 하는지, 다른 가치보다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돈이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물질적 가치가 팽배하는 사회에서 ‘나’를 찾으려는 노력은 현대인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러한 물질적 가치 기준이 우선인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소비하는 목적이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것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인식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사상가인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 La Societe de Consommation』(1970)에서 소비 물자와 상품으로 둘러싸인 오늘날의 소비 사회 안에서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 혹은 세계, 심지어는 자신과 자신의 관계조차도 변화된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상품의 무한한 생산과 함께 새롭게 창출되는 의미 연관들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만, 사물의 풍성함과 소비의 일반화는 기호의 질서로 표현되는 관념적 허구의 세계 속으로 인간을 밀어 넣을 수 있다. 이러한 세계 안에서 인간은 자신의 육체조차도 여러 이미지와 의미 질서에 따라서 관리하고 재구성해야 할 한갓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또한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싯다르타. 한 인도의 시 Siddhartha. Eine Indische Dichtung』(1922)에서 근원적 실재로서의 자연의 존재를 보여 주면서 인간이 반성을 통해 그 자연의 질서를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정약용(丁若鏞)선생은 『목민심서(牧民心書)』(1818)에서 사물이 인간의 존재와 건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질박한 삶의 태도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이러한 자연 친화적 삶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가난한 삶은 강물 속의 물고기를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바라볼 터이고, 경제적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이들은 강물을 개발과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정약용선생의 견해에서 바라보는 삶의 방식은 현대 소비 사회와 융합하기 힘들다. 왜냐 하면 모든 사람들의 노력하는 과정은 무시되고 오로지 결과만이 개인의 생존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헤르만 헷세가 싯다르타를 통해 제시하는 삶의 방식과 정약용선생의 삶의 방식은 장 보드리야르가 보여 주는 현대의 소비 지향적 사회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박하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지금과 같이 상품과 소비 사회가 비인간적이고 자연 파괴적인 방향으로 질주하면 끔찍한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소박함을 추구하는 삶과 물질적 소비욕이 지배하는 삶 사이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교육적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교육은 기존의 가치를 재생산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이기도 하다. 인간이 쇼윈도 안을 바라보며 자아를 상실한 상황에서 교육은 자아에 대한 성찰을 강조하여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에 대한 배려이다. 소비 사회는 획일적인 가치관을 주입시켜 다양한 가치나 배려를 없애 버린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적 제도를 마련하여 사회 안전망을 확보한다면 갈등과 경쟁의 폭을 완화시켜 삶에 대한 가치를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화려한 연예인의 삶 뒤에는 물질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운 모습이 있다. 풍요로운 물질의 유혹은 자신의 모습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창출해 내고 기호화한다.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들의 각종 추태는 정체성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소비 사회로 질주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모습을 양산하며 자연을 파괴할 뿐이다.

 

 

가진 것과 외양만으로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진정한 행복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소비 지향적 삶, 소유 지향적 삶 대신 에리히 프롬이 현 사회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내세운 ‘존재 지향적 삶’의 의미를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이와 같이 최근 대학에서 요구하는 소비와 관련된 주제에서 학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학이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직관과 통찰을 묻는 문제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는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우선 찾아야 할 자아이다. 강의를 마친다.

(강미/변산바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