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 이현주목사님을 추억하며...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 이 현주목사
한 송이 이름없는 들 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바람으로 피었다가 바람으로 지리라. 누가 일부러 다가와 허리 굽혀 향기를 맡아준다면 고맙고 황혼의 어두운 산 그늘만이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어도 또한 고맙다. 홀로 있으면 향기는 더욱 맵고 외로움으로 꽃잎은 더욱 곱다. 하늘 아래 있어 새벽 이슬 받고 땅의심장에 뿌리 박아 숨을 쉬니 다시 더 무엇을 기다리랴. 있는 것 가지고 남김없이 꽃피우고 불어가는 바람 편에 말을 전하리라. 빈 들에 꽃이 피는 것은 보아 주는 이 없어도 넉넉하게 피는 것은 한 평생 홀로 견딘 그 아픔의 비밀로 미련없는 까만 씨앗 하나 남기려 함이라고..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끝내 이름없는 들꽃으로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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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다는 의식의 칼끝이 퍼렇던 젊었던 시절... 그 사시는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 만으로도 항상 도전이 되어주셨던 시인이자 아동 문학가인 이 현주 목사님의 글을 오랜만에 추억한다. 지금은 더 깊은 자신 안의 '산 속'으로 침잠해 들어 가셔서 인간의 본질적인 고뇌를, 그 풀 수 없는 깊이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혼불을 지피시고 계시다는 데.... 세월이 나를 이 만큼 세상 속으로 데려다 놓아서일까.. 그리움 속 님의 글에 오늘은 문득 목이 메인다.
그리웁다. 열정 자체로도 때 뭍지 않고 순수하다고 했던 그 어느때가... 이제는 순수라는 의미가 온갖 살아감의 이유로 다르게 느껴지는데...
이틀동안의 열감 속에서 앓고 난 후 몸이 가벼워지고 비워진 것 같다. 이처럼 아침이면 맞게 될 내일을 가벼운 일상으로 살아냈으면 좋겠다.
다시 일터로 나가면 부딪히게 될 '現在'의 무게도 그리 가볍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빈 들에 피는 꽃은 누가 다가와 주지 않아도 넉넉하게 제 때를 알아서 피듯이 우리 일상도 그리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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