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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의 40.] 영화 논술하기 - 영화 '혈의 누'를 통해 본 인과성과 개연성

변산바람꽃 2011. 12. 31. 19:19

 

 

 

 

[논술강의 40.] 영화 논술하기 - 영화 '혈의 누'를 통해 본 인과성과 개연성

 

 

 

우리는 어떤 영화를 보고 "말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말이 안 되는' 상황이란 어떤 것일까? 슈퍼맨처럼 하늘을 나는 것일까, 아니면 헤어진 연인이 바로 곁을 지나치는 데도 못 본 척 하는 장면일까.

'말이 안 된다'는 감상평 안에는 영화의 서사, 이야기에 대한 관객의 감식안이 숨어 있다.

그것은 '인과성(casuality)' 혹은 '개연성(probability)'에 대한 상식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영화의 사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인과성이나 개연성의 개념은 어떤 것일까?

 

▲ 영화 '혈의 누'의 한 장면. 혈의 누의 장면 중에 강객주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주인공인 이군관은 조사과정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범인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처음 범인을 찾는 과정은 강객주와 원한 관계가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

이것을 인과성에 근거한 접근이라고 한다. 다음 범인이 예상치 못했던 섬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양반임이 밝혀진다. 그가 강객주의 원한을 대신 복수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사랑한 강객주의 딸 죽음에 기인하는 것으로 영화에서는 예고한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논할 개연성과 인과성을 비교하게 하는 암시를 던져준다.

 

이와 같은 개연성과 인과성을 현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령 9.11 테러와 같은 사건들은 그 어떤 영화보다 끔찍하다. '투모로우'와 같은 재난 영화를 봤겠지만, 실제로 일어난 쓰나미나 쓰촨성 대지진은 영화보다 더 참혹하다. 영화가 아무리 참혹해도, 현실은 늘 영화보다 심각하고 우연적이며 복잡하다.

 

중요한 것은 비록 현실이 우연 투성이 일지라도 영화는 우연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말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영화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일관성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캐릭터), 사회적 배경, 이야기의 앞과 뒤가 유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영화는 일종의 인공물이다. 현실에서는 우연이 난무하고 종종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지만, 영화는

발생하는 사건에 일정한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등장인물의 성격, 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해 우연한

사건에 필연성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일관성이 바로 '개연성(probability)'이다. 개연성이란

'실제와 비슷하다' 혹은 '현실과 똑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제에서 일어날 법하다'는 뜻에 가깝다.

영화 속 이야기 진행 과정을 통해 관객들을 설득하는 논리적 인과성이 바로 개연성인 셈이다.

 

가령, 영화 '매그놀리아'에는 마지막 부분에 갑자기 개구리 비가 쏟아져 내리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너무도 우연적이고 비현실적이라서 관객들은 "말이 안 된다"고 반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톱니바퀴처럼 질서 정연하게 흘러가는 현실에 약간의 고장을

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복잡다단하게 펼쳐지는 갈등과 반목을 보여준 후 감독은 기적적 화해의

순간을 개구리 비로 표현해낸다. 개구리 비는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극복할 수 없는 오해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늘에서 개구리가 쏟아지는 기적적 순간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해진다. 범죄 사실을 예측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돌연변이들이

등장하는 '엑스맨' 등은 말이 안 되는 영화일까. 영화 ‘혈의 누’에서 살인의 동기가 타당한가?

또한 섬사람들의 강객주에 대한 모함은 현실성이 있는가? 이 영화들은 인간의 심리적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 내고 있는가? 이런 영화들은 전적으로 사실에 근거한 우연이가? 모두 우연인가?

 

SF(Science Fiction)영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현실이라기보다는 '이론적 가능성'을 담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SF영화는 이야기의 개연성을 살리기 위해 시간적 배경을 먼 미래로 잡거나

공간적 배경을 지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설정한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가능할 만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때로는 일부러 인과성과 개연성을 무너뜨려 관객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영화들도 있다. 기본기가 잘 된 화가가 입체파나 미래파의 그림을 그려내듯,

이러한 시도는 파격적 기쁨을 만들어낸다.

 

어떤 영화들은 지나치게 우연을 남용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등장인물 A와 B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C와 D는 천하의 원수다. 그런데 알고 보면 A와 C는 형제이고, B와 D는 자매이다.

뿐만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결국 어떤 관계로든 서로 묶인다. 살면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우연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다.

 

물론 현실에서도 우연한 사건은 많이 일어난다. 우연히 길을 가다가 사고를 목격하기도 하고,

우연히 비행기를 타지 않아서 사고를 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시대적 배경에 걸맞지 않게 너무 현대적인 소품이 나온다거나 등장인물의

성격이 갑자기 변할 때 관객들은 그 상황을 납득하지 못한다. 삶이 우연일지언정 영화 속 이야기에는

설득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객을 납득시키는 설득력이 바로 영화의 인과성이고 개연성이다.

 

아직 여러분은 오늘 비록 작은 모니터로 본 영화이지만 '혈의 누'가 여러분을 몰입하게 했다고 했다.

이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개연성과 인과성이 여러분의 이해력 안에서 충분히 흡수되었다는 것도 의미한다. 아직 영화에 대한 느낌이 남아 있을 때 제시된 주제로 글을 써보자. 강의를 마친다.

(강미/변산바람꽃)

 

 

<논술로 연계하기>

 

1.'말이 안 된다'고 기억되는 영화들을 선택해서 인과성과 개연성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서술하라.(400자 이내)

 

2. ‘혈의 누’ 의 엔딩 장면에서 섬사람들이 두호와 마을의 상징적 존재인 대감을 집단적으로 살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과관계를 설명해 보라. (400자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