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페북短想 - 폐가
변산바람꽃
2012. 4. 4. 03:59
이 사진의 집은 의왕시 왕송저수지 맞은 편 마을에 있는 폐가이다. 일제시대에 지었다가 다시 개축했던 것으로 보이는 스위스풍 숲 관리인 숙소처럼 작은 집이다. 작은 다락방이 있고 작은 지하 저장고가 있는 10평 정도 되는 이 집은 그동안 6년여 비어있다고 한다. 집 앞에 커다른 미류나무가 있고 집 앞 뒤로 밭이 있다. 현재의 주인이 밭이랑 묶어서 팔고자 하는데 요즘 밭 외에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토지를 누가 사려고 하지 않는지라 덩달아 집을 비워두어서 폐가가 되었다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작년에 작업실로 사용할만한 빈 농가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발견했었는데 다 쓰러져 가는 이 폐가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가...어쩐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이 작은 집을 처음 보는데 머리 속으로 파노라마처럼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 떠올랐던 이미지와 이야기를 글로 형상화 시키고 싶다는 강렬함을 느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귀신이 나올 것 처럼 생각될 수 있는데 나는 이 작은 집에서 살고 싶었다. 그 집을 하나하나 고치고 다듬어서 이야기처럼 바꾸는 내가 떠올랐었다. 잠깐 들여다 본 폐가에서 난 참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그 집이 아직도 그대로 폐가인 채로 있단다. 폐가 앞 밭을 빌려서 일구는 아저씨 전화번호를 알아두었기에 조금 전에 전화를 해보았다. 서울 산다는 주인과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내일은 폐가의 주인을 설득해서 내 조건에 맞게 내게 임대하라고 하고 싶다. 살 수는 없으나 어떤 방법이 있다면 이 집을 아담한 작업실과 쉴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앞에는 확 트인 왕송저수지가 있고, 저수지에서 한가롭게 오락가락 하는 철새들도 보인다. 어쩐지 이 집에서는 자꾸만 탈진되고 약해진 체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불연듯 들기에 더 간절하게 폐가에 마음이 기우는 것 같다. 내게 그저 이 작은 10평짜리의 폐가라도 온전하게 마음과 몸 그리고 정신이 함께 어우러져 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