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Pflege Tagebuch 2. 비 내리는 밤, 이팝나무를 보다.
변산바람꽃
2012. 4. 26. 02:07
비 내리는 밤, 이팝나무를 보다.
보슬비가 밤새 내리는듯 하여 병원 뒷뜰 쪽으로 밤산책을 나섰다. 비가 내리는 날은 어디에 있건 잠이 더 멀어져서 이렇게 가끔 비내리는 어두운 길로 나서곤 한다.
본관 병동을 돌아서 뒷길로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이 비를 맞고 있다. 지난 밤에도 가로등 옆에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했는데 꽃이 핀 것을 이제야 보니 이팝나무였다.
이렇게 큰 이팝나무는 드문데 싶어 보슬비에 젖어 가로등빛에 희미하게 빛나는 꽃을 올려다보며 찍어본다. 같은 나무도, 같은 꽃도 어둠 속과 빛 속에서의 모습이 다르게 다가온다.
햇살 아래에서 이 이팝나무는 세월의 무게만큼 얼마나 당당하게 빛났을까... 그런데 지금처럼 비 내리는 날의 어둠 속에서는 홀로 서있는 나이든 이팝나무가 고적해 보인다. 홀로 어둠 속에서 우산을 쓰고 서성이는 나이든 여자의 시선이 고적한 탓일까..
내일은 봄햇살에 가지를 흔들어 털어내는 이팝나무가 만들어 주는 선선한 꽃그늘을 다시 찾아 와야겠다. 새벽이 밝으면 이 비 그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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