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短想] 소득 분배의 현실 - 잰 펜(Jan Pen)의 '난장이 행렬'에서...
[논술短想] 소득 분배의 현실 - 잰 펜(Jan Pen)의 '난장이 행렬'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경제학자 잰 펜(Jan Pen)이 쓴 <소득분배>라는 책에는 난쟁이들의 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펜은 가상의 가장행렬을 연출하는데 그 행렬에는 소득을 가진 모든 사람이 출연한다. 흥미로운 것은 출연하는 사람들의 키가 각자의 소득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키다리로 출연하고,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은 평균 신장(170㎝)으로 출연하며, 소득이 적은 사람은 난쟁이로 출연한다. 이 가장행렬은 영국에서 1시간 동안 벌어진다. 영국의 모든 인구 모델들이 1시간 동안에 모두 출연해야 하므로 이 가장행렬은 빠르게 진행된다.
가장행렬에 처음 등장하는 사람들은 머리를 땅 속에 파묻고 거꾸로 나타난다. 거꾸로 서 있다는 것은 키가 마이너스(즉, 소득이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즉, 파산한 사업가나 빚진 사람들이 이들이다. 거꾸로 선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면 마치 개미처럼 땅바닥에 붙어 선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소인국 사람들처럼 키가 몇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이 지나가고 난 한참 뒤에 키가 1m가 채 안 되는 난쟁이들이 등장한다.
정부가 주는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노약자와 실업자, 장사가 안 되는 노점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천재 화가 등이 그들이다. 그 다음에는 1m가 조금 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이렇게 30분이 지나도록 계속 난쟁이들만 등장한다. 그래서 펜은 이를 ‘난쟁이의 행렬’이라고 불렀다.
가장행렬이 시작된 후 48분이 지났을 때에야 비로소 평균 신장(170㎝)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사회의 대다수가 평균 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키가 급속히 커진다. 54분이 되면 키가 2m가 되는 키다리들이 등장한다.
그 다음에는 5m가 되는 거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군 대령, 국영기업 기술자, 성공 못한 변호사 등이다.
59분이 되면 8∼12m나 되는 거인들(대학 교수, 대기업 중역, 고등법원 판사 등)이 등장하며, 그 다음에는 20m가 되는 거인들(의사, 변호사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 몇 십 초를 남겨 놓고는 수십 m의 초거인들이 등장한다. 주로 유명한 대기업의 중역들이고, 약간은 왕족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인 필립 공은 60m이고, 석유회사 ‘쉘’의 전무는 110m이다. 마지막 몇 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키가 너무 커서 얼굴이 구름에 가려져 있으며, 마일(1마일=1,600m) 단위로 키를 재야한다. 대부분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다.
이와 같이 소득에 비례하도록 키를 조정하여 가장행렬을 펼쳐 보니 대다수가 난쟁이고 키다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한 사회 내에는 소득이 적은 사람(난쟁이)이 많고 소득이 많은 사람(키다리)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가장행렬을 펼쳐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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