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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연작시 20. 고구마꽃 1. / 강미

변산바람꽃 2012. 7. 7. 02:37







야생화연작시 20. 고구마꽃 1. / 강미



 
몇 년 만에
꽃을 피웠다는 것만으로도 
길상화라고 하는 고구마꽃이라든가
십 몇 년 만에
땅 속에서 나왔다는
매미의 우화 같은 것이라든가
몇 개월 만에
뱃속에서 나왔다는
생의 잉태 같은 것이라든가
아니 몇 날 며칠 숨쉬기 위해 나온 
풀이라든가 벌레 마저도
길고 긴 암흑을 견뎌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상에
얼굴 한 번이라도 내민 것은
고행을 이겨낸 수도자의 모습이니
그러니 오랜 시간 잎으로 살아서
고구마꽃이 하루를 견딘다는 것은
가볍게 달빛을 흔들고
별까지 고운 향기 내뿜었던 것을 
기억한다는 고구마꽃 생의 
찬란한 고개짓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