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 2012. 9. 18. 14:33








들꽃 



                   - 강 미-




이름 없이 피었다고 저들을

누가 들풀이라고 아무렇게 부르는가.

한 계절이 몸을 흔들면 떠날 때

소식 없이 사라질 지 모를 저들을

누가 들꽃이라고 함부로 부를 것인가.

너는, 나와 바람과 비 그리고 별들처럼

오래 한 곳에서 흔들리다가

새벽처럼 잠깐 움직이는 것 아닐까.

그래서 항상 눕지 않고 기다리는걸까.

오늘처럼 한 계절이 떠나기 위해

비가 바람처럼 흔들리며 내리는 날

너는, 내게로 다가와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이 되었다는

어느 늙은 시인이 그립다.

이름 모를 들꽃이 속절없이

비바람에 제 몸을 내어놓는

오늘 같은 날에는

나도 이름 없어도 좋으니

온 몸 흔들어 전 生을 살아내는

들꽃, 너였으면 좋겠다.



(2012.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