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2.
- 강 미 -
바람에 흔들리는 빗속에는
기억도 있고 갈망도 있고
어두운 밤하늘에는 별이 있고
햇빛 따스한 들에는 꽃이 있고
내 안에는 칼을 하나 품고 있었는데
아무도 그걸 몰랐나 보다.
왜 몰랐을까..
아주 오래 되어 칼날이 무뎌지고
나무 손잡이도 삭아버린
이제 그 무엇도 벨 수 없는
내 속의 칼을 꺼낸다.
허공을 스윽 한 번 베고 보니
무딘 칼에 갑자기 스쳐서인지
상처 난 하늘이 캄캄해지고
아프다고 소리치며 소나기가
生을 뚫는다.
(2012. 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