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詩 서재
잠자리 2. / 강미
변산바람꽃
2012. 9. 28. 00:37
잠자리 2.
-강미(변산바람꽃)-
꼼짝달싹 못하게
사지에 못 박아놓고
무덤 같은 몇 해가 지났는지
누렇게 변한 잎사귀에
바늘 같은 구멍 열렸다.
그 틈으로 머리 내밀고
어깨 흔들며 올라오는 것이
살갗에 부딪힌 햇살이 괴로운 듯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꽃도 새도 멀리 앉아 숨죽이고
나무도 바위도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도 손길 내밀지 않는데
제 살을 물어뜯어
피 한 모금 흘려보내주었는지
날개가 흔들리고 있다.
한낮이 흔들리고 있다.
세상이 흔들리고 있다.
허공에 띄운 최초의 비행
저 날개의 화려한 빛깔에
저 날개의 우아한 몸짓에
상처로 이어져 있어서
몸 연신 흔들며
가볍게도 날아가는 것이리라.
(2012.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