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 2012. 9. 28. 00:37

 





 

 잠자리 2.

 

                            -강미(변산바람꽃)-

 

 

꼼짝달싹 못하게

사지에 못 박아놓고

무덤 같은 몇 해가 지났는지

누렇게 변한 잎사귀에

바늘 같은 구멍 열렸다.

 

그 틈으로 머리 내밀고

어깨 흔들며 올라오는 것이

살갗에 부딪힌 햇살이 괴로운 듯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꽃도 새도 멀리 앉아 숨죽이고

나무도 바위도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도 손길 내밀지 않는데

제 살을 물어뜯어

피 한 모금 흘려보내주었는지

 

날개가 흔들리고 있다.

한낮이 흔들리고 있다.

세상이 흔들리고 있다.

 

허공에 띄운 최초의 비행

저 날개의 화려한 빛깔에

저 날개의 우아한 몸짓에

상처로 이어져 있어서

몸 연신 흔들며

가볍게도 날아가는 것이리라.


(2012.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