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短想 - 관계에 대해
대학입시에서 수시 지원기간이라 늘어난 수업과 첨삭 시간으로 거의 밤샘을 하고 있네요. 하루에 무엇을 먹었는지, 물은 마셨는지 어떻게 아침이 왔고 언제 땅거미가 졌는지 시간을 헤아리는 것을 이번 주 내내 잊고 지내네요. 일년 중에서 이때쯤에서 수능 전까지가 제게는 일상이 사라져 버리는 시간인지라 잠시 열어둔 노트북에서 자료를 찾는 짬에 페북에서 음악을 듣다 가곤합니다. 한 동안 좋지않은 일로 페북에서 메시지 테러를 당한 후로는 페북의 담벼락 기능 외에는 일체의 모든 창을 닫아두는지라 참 조용해서 좋긴 합니다.
관계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연인과의 사랑이든 벗과의 우정이든 가족간의 애정이든 일에 대한 열정이든 혹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경외이든 자신의 입장과 자신의 자의식 편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경우는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다 안다고 무언가를 많이 안다고 오만으로 쌓으면서 살아온 세월이 너무 무거워져 버렸어요. 그래서 이제는 살면서 살아갈 수록 가벼워져야 할 관계를 고민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저는 요즘 잊으려고 합니다. 무엇을 누군가를 완벽하게 판단하려고도, 내가 아는 것만으로 단정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누가 내게 그러는 경우도 일체 댓구하지 않으면서 내게로 시선을 멈추어 두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입니다. 내 안을 들여다 보고 내가 나를 안쓰럽게 위로하는 것이 먼저이지 싶더군요. 이제는 시선이 나에게로 돌아와서 다시 세상에 첨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눈을 반쯤 감은 시선으로 위를 보기 보다는 옆을 보려고 합니다. 너무 많이 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옆이 적당하게 허전한 것이 좋고, 스멀스멀 옆구리로 스며드는 외로움도 좋습니다. 잠시 시리게 심장 어느 구석을 아프게 만지고 가는 홀로인 존재감도 좋습니다. 이왕이면 한 낮의 햇살에 얼굴을 마주 하면서도 눈물겨운 날들이 좋습니다. 관계가 만들어 놓고 간 욕망이 비워가는 만큼의 가벼워진 자리에 그런 아련한 것들이 내 몸과 의식에 찾아와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수업 시간 중에 학생들이 글쓰는 시간에 짬을 내어 내려앉는 눈꺼풀을 들어올리느라 페북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담벼락만 바라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는...불편하게 하는 것들로 부터 서너걸음 떨어져 있고 싶은 탓이지요...졸음이 수선스럽게 달려오더니 물러가 주네요...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해야 할 강의 일정을 버티려면 물 한 컵 마시고 와야겠습니다. 평화로운 주일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