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斷想] 다시 고독으로..마주 하는 논술
[논술 斷想] 다시 고독으로..마주 하는 논술 학원에 모처럼 늦게까지 앉아 있어 본다. 늦가을의 학원가는 적막하다. 마치 한바탕 잔치를 치룬 후에 날리는 먼지가 만들어 낸 불편한 숨쉬기처럼.. 수능 후부터 오른팔 깁스한 채로 시작한 강의가 그나마 두 팀 남고 이제 이번 주 토요일이면 올해 대학입시 수시 논술 수업을 모두 종강하게 된다. 작년에 시작한 지 일년도 안 되어 적자에 허덕이던 종합학원을 폐원하고, 논술학원 조차 반토막 난 것처럼 규모를 줄이고, 그나마도 논술 비수기에 절반을 다시 수학교실로 빌려주고 버틴 한 해였다. 그래서인가..남의 학원에 엉덩이를 걸친 것처럼 불편하여 수업이 끝나면 갑갑하여 머물지 않고 바로 나와 버렸다. 새학원을 시작할 지 머를 미망에 흔들리며 보내느라 학생들 모집 시기를 모두 지나쳐 버리고, 대입논술을 시작한 지난 13년만에 처음으로 가장 적은 수의 팀을 맡았으니 단순 수치로 현실적인 경제적 측면으로 비교하면 논술농사로는 흉작이었을까? 그런 외면적 비교를 스스로 하지 않기 위해 적은 수의 수험생들에게 더 몰입을 하려고 했었다. 이제는 대학이 만들어 놓은 정답형 괴물이 되어 버린 논술을 '논술'이라고 알려주어야 하는 갈등까지 포함하여.. 그러는 사이 봄에게서 여름으로 다시 가을의 끝에 서 서 여전히 의식에 삐죽이 내밀고 있는 새학원 시작에 대한 미망의 줄이 보인다. 개인으로서의 긴 방황에 쓰워진 세월호의 침몰에 따라온 사회적 자아존재로서의 절망감.. 매주 반복되어 학원 문제로 화를 내고 분노하고 섭섭해 하고..그리고 내가 해야 할 내 몫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말았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에 후회하고..긴 밤 어둠 속에서 느껴야 했던 외로움에 흔들렸던 자존감을 끌어 안았던 불면의 어둠들..그렇게 시간은 아침 햇살 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서 하루를 살았구나 하는 한숨과 함께 반복되었는데... 현실에서의 나는 마치 가지고 싶은 것을 누군가에게 빼앗기거나 잃어버린 어린아이의 분노처럼 유치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때론 책 속에서, 때론 詩를 통해 일상의 무의미성이 지닌 나름의 성찰의 기회를 깊이 공감했던 나의 실종된 시간들.. 지난 봄에게서 시작하여 이 떠나가는 가을에 현실의 환경이 주는 중압감으로 이전의 자아 발견이 주는 기쁨들을 순간적으로 잊고 있었다. 詩로 형상화해 낸 수없이 많은 나와의 대화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다시 지금은 학원...내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한 현장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강사들의 생의 무게가 얹혀진 현장이며, 내가 현실에서 그나마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면서도 또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상실감을 미리 걱정하는 공간이기도 한 학원..공교육이 아이들을 점수를 쫒아 달리기를 시키고 있을 때 그 틈에서 혹은 앞서서 몸짓을 부풀려 온 사교육을 대표하는 자본의 기둥에 기대선 이 학원이라는 중독성 강한 자본화된 교육 현장. 그리고 그 기둥에 기대어 울고 허망해 하면서도 다시 뛰기 위해 계획하는 나.. 한 무리의 학생들과 오랜만의 마무리 강의를 끝낸 몸은 정상이 아니다. 오늘은 유난히 빨리 지쳤다. 어젯밤 늦게까지 달려갔다 온 허접한 놀이의 결과 준 피곤까지 얹혀진 탓이다. 댓가없는 결과가 없구나.. 그리고 수업이 없는 지금 이 시간..습관이 된 긴 침묵 같은 것이 의식 안으로 스멀스멀 들어온다. 여지없이 침묵 뒤로 외로움이 함께 찾아온다. 이런류의 외로움은 끈적한 허망함을 데리고 온다. 사람 속에 있어도 그 사람의 채워지지 않을 욕망으로 인해 외롭고, 한 인간의 도달하고자 하는 사유의 자유로움을 찾지 못해 여전히 헤매고 방황하는 의식 속에서도 외롭고, 텅 빈 교실에서 홀로 한 팔 한 손가락으로 태블릿 자판을 클릭하면서 생각들을 정리하는 지금 이 순간도 외롭다. 이루지 못한 아니 놓지 못한 꿈이 아직 있어서 그 꿈에 대한 미망 탓에 쌓인 외로움이 고독으로 흘러 들어온다. 그러니 현실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마음 한 자락이나마 가볍게 비워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관계가 만들어 놓은 인연과 책임들 속에서 오늘 하루의 해가 저물고, 내일 하루가 가볍지 않을 것인데 이 생각이 찾아들어간 사유의 끝이 어디 있을 것이며, 내가 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자기 확인의 목적이 또한 무엇이겠는가? 지금은..입시 논술이 내게 어떤 의미인가..지금은, 그 생각으로 흐르는 어둠 속에 나 혼자로 나를 마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