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논술 斷想

[논술 短想] 논술인으로 13년, 생각의 병이 깊어간다.

변산바람꽃 2014. 12. 7. 13:49
[논술 短想] 논술인으로 13년, 생각의 병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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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해의 수시 입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이 반영되는 대학의 최종 합격자가 모두 발표되었다. 소위 설연고, 서성한, 이중건..으로 불리는 대학에 골고루 합격한 제자들의 환호에 들 뜬 전화를 늦도록 받으면서 나도 기뻤다. 그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기뻐할 소식이니까..그러면서도 합격을 못하고 정시를 준비해야 하거나 재수를 선택해야 하는 제자들을 위한 대비로 마음 무거움을 함께 가지게 된다. 

올해는 학원 문제로 입시 시즌 시기에 모집을 못한 것이 원인이 되어 내가 몇 해 전부터 직접 맡아온 학생들이 주로 중, 상위권 합격률을 높였고, 다른 샘들 팀은 인문계열 몇 팀 외에는 아에 학생이 없어서 사교육 현장의 학원 입장에서는 11년만에 최저의 학생수만 대학 진학을 위한 수시 합격생을 배출하게 되었다. 학원으로서 이러하니 일년 중에 수시 기간에만 고용한 논술강사들의 경제적 대우 역시 최악일 수밖에..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 전적으로 오너로서 내 안일함 탓인지라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생존을 위한 고민이 늘어난 샘들에게 미안하고, 합격한 제자들을 위해 내어놓은 마음의 품이 무겁기만 하다. 잘된 일은 서로 나눌 수 있으나 안 되는 일은 모두 최종 판단에 대한 책임을 가진 강사로서가 아닌 학원운영자인 내 탓이다.

조금 후 2시부터 있을 정시 서울대 자연계열 면접에서 화학을 선택한 학생을 위한 일반화학 논제을 작성하기 위해 태블릿을 꺼내 머리 속에 있는 서울대에서 출제 가능한 지식들을 뒤적여 본다. 늘상 그렇듯이 지식을 담고 다니는 이 머리만 다치지 않으면 난 이 생존의 더티한 세상에서 최소한의 생존은 가능하다는 내 지식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 머리굴리기이다. 그런데 두통이 심해지는 하루하루앓이가 늘어나면서 이도 쉽지 않은 작업 영역이 되어버렸다. 

정시를 위한 강의노트를 기록하는 이 손짓이 무겁고 아프다.학원운영이란 것도 중독성이 강한 질병처럼 벗어내기 쉽디 않다. 강의할 수록 생각이 많아지니까 늘어난 생각만큼 정리된 논리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도 깊어가는 것이 이제 병이 되었다. 강의자로서, 운영자로서 경험도 늘고, 지식이 늘어가는 것 같지만 기실은 이 또한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이루며 살고 싶은 자아적 욕망과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는 세상 욕망 사이에서 패인 갈등의 골이 깊어가니 이도 병이 아니겠는가...

어찌할 것인가? 무엇인가로 변화를 모색하고 열악해진 원인을 내부와 외부의 차이를 잘 조율하지 못한 내 무능함에 원인이 있다면 이 사교육 현장에서의 학원 운영을 이제 중단해야 한다. 부침이 너무 심한 2013년을 보냈건만, 그보다 더 큰 의욕상실을 초래한 2014년을 보내고 말았다. 

개인으로서 실패이고 상처가 되었을 뿐 아니라, 공인으로서도 참담한 결과를 들여다 보면서 이제, 어떤 형태로든 반복되지 않을 선택이 있어야겠다. 더 깊어질 속병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전에 이제는 미련두지 말아야 할 것들을 거둬내야 하지 않는가..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인으로서 내 실패의 결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내 사람들을 위해 내가 지금 해야할 가장 옳은 선택을 해야겠다. 

논술인으로 살아온 13년...학원 운영자로서 버텨온 11년...욕도 많이 쌓았을 것이고, 탈도 많이 내었을 것이고, 나름 기쁨도 있었으리라...올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입시를 종강하는 끝에서, 몸의 병과 생각의 병이 함께 깊어가는구나...

힘겨운 입시 시즌을 보내야 했을..콩 한 쪽도 같이 나누어 준 나와 내 사람들과 이 곡으로 다음을 약속하는 마음을 내려둔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함께 있어주어서..----

Long Long Time ... Rod McKuen: http://youtu.be/1huDQv13g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