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페북 短想] 제부도의 민낯

변산바람꽃 2014. 12. 9. 06:31





 월요일을 마주하기에 요즘은 겁난다. 일요일 새벽이 깊어가면 월요일로의 일출이 더디 오기를 바라는 참으로 허접해진 나를 들여다 보여서 어이상실하곤 한다. 왜냐구 묻지 마시라..그냥 그러니까..사는게 그러니까 라고 하긴 애들말로 쪽팔린다.

그런 오늘이었는데 느닺없이 오후를 길게 늘어 놓은 것 같은 어중간한 시간에 제부도로 가고 싶어졌는데 뭐 갈 방법이 없었다...한 팔을 보호대에 걸고 털래털래 시외버스를 타고 갈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하여튼 제부도에 가고 싶었다.

한 노시인의 죽음 이후에 불거진 남성 중심으로 권력화 된 우리 문단의 해결하지 못한 치부에 대해 페북에서 설왕설래 하는 글들을 읽다가 급 우울해진 탓일까..내일로 다가온 어떤 해결되어야 할 문제에 대한 불편함 탓일까..하여튼 칼날처럼 서슬퍼렇게 찬 겨울바람이 시린, 섬 같지 않은 어정쩡한 섬, 제부도...그 섬에 가면 그 섬의 생존처럼 어정쩡하게 사회적 삶을 연명하고 있는 나를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이 도시에서 나는, 내 민낯이 너무 낯설어져서 부끄럽다.

하릴없이 찍어두고 잊었던 사진서재에서 제부도에서의 짧은 사진과 글을 담아둔 기억을 들춰본다. 눈발에 뭍혀가던 바다를 향해 절반만 옷 벗고 누운 중년의 누드모델처럼, 사람의 구경꺼리로 전락한 갯벌의 주름진 민낯을 가려준 겨울 그 흔적...제부도는 그래서 슬프다...월요일이 오는 것을 겁내는 내 민낯을 대하기 서성이는 나를 보는 것 같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