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스크랩] 책 이야기 그리고 ‘도시계획가란?’

변산바람꽃 2018. 3. 28. 06:54



책 이야기 그리고 도시계획가란?’

 

 

먼저 이 긴 글을 읽어주시는 페북 강호 페친 제위들께서는 이해해 주시라.

 

이 글은 책 소개이고, 이미 있는 책이 아닌 새로이 등장할 책 이야기이며, 책을 쓴 이와 책을 펴낸이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좀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려니..그러니 책 팔려는 이야기인 셈이다. 페친 제위들께서 읽으시고 여기에서 언급하는 이 근사한 책 이야기의 주인공인 녀석이 세상에 나오면 사서 읽어보시라. 나와 가까운 페친일지라도 공짜로는 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만큼 괜찮은 책 이야기라고 감히 장담한다.

 

나는 알려지지 않은 허름한 2인 출판사인 도서출판 시와문학도서출판 말.을 운영하고 있는지 나름 15년이 다 되어가는 책 만들기와 책 꾸미기를 좋아하는 인간이다. 그에 앞서 출판 편집 시대식의 표현으로 사식이라고 불리던 충무로 시절일 때부터 출판과 편집에는 한 발 들여놓고 있었으니 출판과 관련된 낯으로는 꽤 오랜 세월의 인연도 있으니...

 

또 깨어보니 새벽 3시 즈음이다. 지난 주말을 거쳐 월요일까지 인후염에 몸살이 겹쳐 수업을 포기하고 앓고 나서인지 몸이 한결 가벼워져 있는지라 자다 깬 새벽어둠도 나름 견딜만 하다. 몸이 가볍다는 것의 의미...그걸 나는 앓고 날 때마다 상쾌니즘 정도로 느끼니 아마도 필시 나는 자주 앓아야 또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가 보다. 매번 죽어라 앓고 나면 정서적으로나 의지적으로나 새로이 힘이 어딘선가 생겨나니 말이다. 지금 언급할 후배 황지욱교수를 그렇게 죽어라 앓는 무렵에 만났다.

 

이제는 아는 이는 알겠지만 모르는 이는 강미가 왜 저리 툭하면 페북에 앓는 소리를 하고 어디 무슨 섬의 요양원에 처박혔다 나오질 않나 어디가 아픈가 그랬을 만큼 하여튼 나는 꽤 긴 시간을 앓았다. 정확하게는 완치가 아니 현재 진행형이지만...지난 2015년 말, 손목뼈까지 부러져서 수술을 한 이후 더 악화된 몸 상태에 견디기가 쉽지 않아서 현대의학으로서의 치료 방법을 포기하고, 기어이 스스로 요양원이라는 곳에 나를 사회로부터 폐관면벽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노닐던 입시논술 강호에서 나는 잊혀지기 시작했거나 스스로 잊혀지는 선택을 했거나 하여튼 일상의 모든 사회적 관계와 일들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학원이랍시고 하다가 문 닫았으니 정리해야 할 빚이 늘어나 있었다. 섬에 틀어박혀 죽을 몸을 살려보겠다고 자가치료 하는 와중에도 생에 대한 책임이랍시고 그 빚을 갈무리 하느라 가끔 뭍으로 나오는 날이 있었다.

 

그런 어느 한 날, 페북에서 만나 서로의 글 내용에서 읽혀지는 살아온 내력에 대해 신뢰를 하게 된 인연으로 만난 전북대 도시공학과 황지욱 교수가 학회 문제로 과천에 올라 온 길에 만나기로 연락이 되었었다. 평소 진솔한 글맵시로 근사했던 아우 한 명 얻었으려니 좋아라 했던 차에 죽음의 그림자를 그늘로 드리운 병자의 모습일지라도 누리끼리한 얼굴로 과천으로 만나러 나갔으렷다. 아마도 나는 그때만 해도 생에 대한 세상으로 향한 문을 완전 닫지는 못했던 것이리라. 그런데 이 사람 좋은 아우는 언제인가 페북 글에서 전주 명물이라는 초코파이 이야기가 오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전주에서 초코파이 한 상자를 들고 왔더라. 페북에서 만나 형, 아우 했으면서 얼굴은 그날 처음 보았건만 마치 한참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이처럼 순하고 친숙하고 낯을 가려지지 않게 되더라.

 

그날 학회 참석하는 시간 사이 짧은 틈새이나마 점심도 먹고 차도 함께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 가운데 내 근황이 살짝 얹혀 있었으려나...이야기 중에 황교수 아우(이후로도 꽤 긴 시간 그렇게 불렀지 싶다.)는 언제인가 꼭 책으로 엮어 내고 싶은 도시공학과 관련된 글을 모으고 정리하고 있단다. 도시공학이란 사람과 공간이 도시라는 형태로 어떻게 어우러지고 친화력 있게 개발되어야 하는 지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단다. 현재처럼 개발만을 위한 도시개발이 언제인가는 사람을 가두는 공간이 될 것이고 사람을 소외시키는 콘크리트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을까...하여튼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책 이야기를 했지 싶다. 나는 정말 가볍게 그냥 인사치레로(황교수, 미안하외다. 그때 실은 좀 그런 마음도 있었지 싶으오.) 책을 내고 싶을 때 나에게 연락하시오 라고 그랬지 싶다. 이 사람 좋은 황교수 아우는 책을 내고 싶을 때 누이에게 연락하리다. 누이가 내 책을 출판해 주소..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아니 나는 그날 최소한 가볍게 그럽시다 가볍게 대답했을 것이다.

 

황교수 아우에게서 작년에 몇 번을 죽었다 살아난 이 누이가 강화도 요양원에서 잠시 서울 엄마 품으로 건너와 쉴 짬에 연락이 왔었다. 누이, 책을 내고 싶은데 원고가 다 준비 되었소 라고...아니 이 사람 보게! 정말 나에게 책을 내어달라고 하네. 가난한 출판사 허울뿐인 발행인인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러시나...게다가 오래 앓은 덕분에 출판일도 쉬어서 근래 인쇄 시장 사정이 어떠한지도 잊고 지내고 있건만 아이고 이거 큰일 났구나 싶었다. 부랴부랴 출판사 편집장으로 명함만 얹혀주고 교재 출판만 알음알음 맡아서 하고 있던 김현정에게 출판사 신용으로 신청할 수 있는 출판지원금이 어느 정도 되는 지 확인해 달라해 놓고는 메일로 황교수에게 원고를 받았다. 그리고는 서울까지 찾아온 아우와 만나서 원고에 대한 뒷이야기와 향후 출판 계획을 의논하기에 이르렀다.

 

원고를 읽으면서 든 생각. 아 아뿔싸...내가 아마도 그때 아우에게 덜컥 책 내고 싶을 때 나에게 말하소 했던 것이 그냥 할 큰소리칠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원고 표지에는 이미 저자로서 정해 둔 책 제목까지 떡하니 앉아 있었다. ‘도시계획가란? 정체성과 자화상 사이에서라고 부제까지 얹혀서 말이다. 이 아우 보게...이 책 정말 근사하지 뭔가. 책 속에는 도시계획가로서 저자가 그간 느껴왔을 갈증과 갈등과 희망이 시간이라는 여운을 두어가며 촘촘하게 들어차 있었다.

 

평소 도시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또 강의 시간에도 언급할 만큼은 잡다한 지식은 있는 나인지라 아우의 글 한 문장 한 문장 잘 읽혀졌다. 그런데 나뿐일까? 아우의 도시계획가란?’을 누군가도 읽는다면 아하 도시문제는 결국 정치적 문제이고, 경제적 문제임과 동시에 도시계획가로서의 정체성과 자화상이 어떻게 실현되는가의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더라. 전문가들에게만 읽혀질 글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조금만 관심을 가진 이라면 에세이 읽듯이 읽혀질 글이겠구나 싶었다. 이 글이 책으로 엮어지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나는 황교수 아우의 원고를 출력하여 요양원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요양원의 그 긴 해가 지루하지 않도록 다시 한 문단씩 반복하며 분석해 가면서 읽으며 느끼고 있었다. 나는 반드시 살긴 살 모양이다. 살아서 도시로 돌아가서 이 아우의 글을 책으로 엮어 내리라고 다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출판에 대한 의욕과 갈망이 아우의 도시계획가로서의 갈망까지 옮겨와서 에너지가 되고 있었다. 나는 살아낼 모양이다 라고 그렇게 아우의 글을 몇 번 읽고 나서야 살아낼 이유에 이유가 또 늘어났으니 그간 내 엄살이 과히 심했구나.

 

원고를 받아든 날부터 여차저차 이리 뚫고 저리 뚫어보니 평소 어떤 사업계획안이든 찾아내고 만들어 제출하면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이 강미의 분석적 능력이 오랜만에 모처럼만에 발휘되지 뭔가! 나는 죽었던 것이 아니라는 확신까지 말이다. 하핫...내가 출판사 일을 잊고 지낸 시간 동안 학원 아이들을 위한 교재를 마스터와 옵셋으로 병행하여 유지해 오던 현정이가 그나마 도서출판 말.글의 명맥을 잊지 않고 갈무리해 준 덕에 말.글로 출판지원금을 받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요양원에서의 긴 터널을 벗어나 논술인으로 복귀하면서 몸은 다시 현실의 중압감으로 힘이 딸려가지만 내게 말 뿐이 아닌 우정으로 자신의 생애 단독으로 내는 첫 번째 책을 맡겨준 황지욱 교수의 글을 책으로 내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삶과 죽음의 극간 사이에서 찾게 된 우정이 말뿐이 아니라는 것의 모습을 책으로 엮어보기는 앞으로 남아 있을 내 생애에서도 처음이리라. 도시계획가 황지욱. 인간으로서도 멋진 벗 아닌가?

 

그럼에도 이 전도유망한 도시공학자이자 도시계획가인 저자 황지욱 교수에게 출판을 맡겨준 우정에 대한 보답은 고사하고 계약금 한 푼 주지 않고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그나마 얼마 안 될지라도 출판지원금이 생겨서 겁없이 맡은 도시계획가란?’. 이 가난한 2인 출판사에 턱하니 책을 맡겨준 황교수 아우의 소망에 기울어지지 않을 책이어야 하는데...표지를 직접 디자인 하면서 오직 그 생각만 하였다.

 

그간 거래하던 인쇄소가 없어진지라 새로이 협업하려고 어렵게 찾은 인쇄소 대표가 어찌나 살뜰하고 사람이 좋던지 책으로 출판을 앞두고 예감이 좋다. 30여분만 앉아 있어도 허리 통증이 심해서 기어이 책 내지 편집은 외주를 맡겨야 해서 인쇄소 대표에게 소개받은 편집 디자이너까지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 이였으니 내지 편집도 근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칠 전에 인쇄소 대표가 고백하길, 내지 편집 디자이너가 자기 부인이란다.ㅎㅎ) 사람이 좋으면 글향이 더 진해진다. 이렇게 저자도 근사하고, 책으로 함께 엮어낼 파트너들도 좋은 이들과 함께 작업하니 이것이 행운이지 싶다. 빠듯한 예산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좋은 인쇄소 소개와 인쇄 견적을 부탁도 해 보았었다. 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도 착한 인쇄소를 소개받으려고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제 세상에 나올 황지욱 교수의 책. ‘도시계획가란?’. 오는 415일이면 전국 온라인 서점으로 먼저 배포될 예정이다.

 

먼저 이 글을 읽으실 내 페북 페친 제위들께 표지로 선보인다. 잘 봐주시라. 그리고 책이 세상에 나올 415일 이후에는 페친 제위들의 상식이 더 넉넉하게 채워지도록 사서 읽어보시라. 그리고 저자인 황지욱 교수가 무엇을 고민하면서 지금도 대학 강단에서 예비 도시계획가들에게 강의로 열과 성을 다해 풀어놓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주시라.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며...글을 맺으려니 벌써 새벽 440분이 되어있구나...

 

첨언/ 오는 421일 토요일 오후 2.

전주 영화제로 유명한 전주 영화호텔 갤러리 카페에서 도시계획가란?’ 북 콘서트도 준비되고 있음을 알리며...전주 인근 황지욱 교수와 강미의 페친들께서는 전주로 놀러 오시라고 초대도 미리 겸한다.

 

(저자 황지욱 (Jeewook Hwang)교수의 담과 월급 한 푼 없는 말.글 편집장으로 그간 출판사 명맥을 끊어지지 않도록 유지해 준 김현정의 페북 담과 이 책의 원고 수정을 맡아주고 있는 게임 애니 스토리작가이자 현정이와 함께 내 오랜 참견꾼인 륜페이의 담에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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