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詩 서재
야생화연작시40. 목단꽃 / 강미(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19. 4. 19. 18:17
야생화연작시40. 목단꽃
-강미(변산바람꽃)-
그제는 비 내리고
어제는 바람 불고
오늘은 꽃잎을 밟는다.
발아래
虛空의 허리가
우지끈, 부러진다.
天頂의 목이
뚝, 끊어진다.
宇宙의 다리가
댕강, 잘려진다.
목단꽃 필 때
세상의 그 모든 것이
한 몫 했으니
바람의 살과
빗물의 뼈와
햇살의 피가 섞인
몸이 꽃잎이다.
내일은 바람 불고
모레는 비 내리고
글피는 꽃잎이 쾅, 터진다.
목단꽃 질 때도
세상의 그 모든 것이
한 몫 하려는 걸까.
하늘이 캄캄해지고
땅이 번쩍, 갈라지고
비로소 햇살이
목단꽃, 꽃잎을 밟는다.
(2013.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