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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연작시40. 목단꽃 / 강미(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19. 4. 19. 18:17








야생화연작시40. 목단꽃

    

 

             -강미(변산바람꽃)-

 

 

그제는 비 내리고

어제는 바람 불고

오늘은 꽃잎을 밟는다.

발아래

虛空의 허리가

우지끈, 부러진다.

天頂의 목이

, 끊어진다.

宇宙의 다리가

댕강, 잘려진다.

목단꽃 필 때

세상의 그 모든 것이

한 몫 했으니

바람의 살과

빗물의 뼈와

햇살의 피가 섞인

몸이 꽃잎이다.

내일은 바람 불고

모레는 비 내리고

글피는 꽃잎이 쾅, 터진다.

목단꽃 질 때도

세상의 그 모든 것이

한 몫 하려는 걸까.

하늘이 캄캄해지고

땅이 번쩍, 갈라지고

비로소 햇살이

목단꽃, 꽃잎을 밟는다.

(2013.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