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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마량에 가면 / 이재무

변산바람꽃 2010. 3. 31. 17:49

 

 

 

 

 

 

 

좋겠다 ,마량에 가면

 

               이재무

 

 

몰래 숨겨놓은 애인 데불고

 

소문조차 아득한 포구에 가서

 

한 석 달 소꿉장난같은 살림이나 살다 왔으면

 

한나절만 돌아도 동네 안팎

 

구구절절 훤한, 누이의 손거울 같은 마을

 

마량에 가서 빈둥빈둥 세월의 봉놋방에나 누워

 

발가락 장단에 철지난 유행가나 부르며

 

사투리가 구수한, 갯벌같은 여자와

 

옆구리 간지럼이나 실컷 태우다 왔으면

 

사람들의 눈총이야 내 알 바 아니고

 

조석으로 부두에 나가

 

낚싯대는 시늉으로나 던져두고

 

옥빛 바다에 시든 배추같은 삶을 절이고

 

절이다가 그것도 그만 신물이 나면

 

통통배 얻어타고 휭, 먼 바다 돌고 왔으면

 

깜쪽같이 비밀 주머니 하나 꿰차고 와서

 

시치미 뚝 떼고 앉아

 

남은 뜻도 모를 웃음 실실 흘리며

 

알량한 여생 거덜 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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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부 도 

 

                이 재 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