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게 한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그 책 어렵지 않으세요?" 10년전 하버드 대학에서 마이클 샐던 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이 남자에겐 자신이 어렵게 느껴졌던 그 강의를 기반으로 한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인게 의아했던 것이다. 듣고보니 맞는 말이다. 난 왜? 우리는 왜? 진부하게 느껴야 할 것 같은 " 정의"라는 담론에 이끌려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을까? 다른 사람 마음속이야 추측에 머물 따름이지만, 내 자신의 마음속을 곰곰히 들여다 보면, 난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전혀 정의롭지 않다는 느낌에서 오는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다. 정의롭지 못하다는 느낌.
작가가 책 속에 언급한 것처럼, '시장' 또는 '시장 친화적인 것'들이 오랜 시간 시장과는 전혀 관계없는 영역에서 미덕이라고 지켜온 전통적인 '가치'까지 영향을 주고, 등급을 강등시키는 느낌이 든다. 반시장적인 것을 타파하려는 시장에 대한 반감이라고 생각해야할까?
정의가 없어졌든, 내가 무지했든, 난 이 책을 선택했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 절반 이상은 인심좋게 뛰어 넘으면서 기특하게도, 꾸역꾸역 결말까지 읽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사고의 변화란, '정의'라는 단어 앞에 겸손함이랄까? 어떤 상황이 정의라는 결론에 이르기 전에,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시대적, 사회적 맥락들도 사색해 보며, 거기에 전통적으로 인정받던 미덕의 역사까지 첨가 해야하는 어려운 과정속에서도 조심스럽게 내세워야할 단어가 '정의'라는 느낌이 든다. '정의 앞에 겸손하기'가 내가 이 책에 주는 또 하나의 이름이다.
책 내용과는 크게 상관 없지만, 어려운 책들이 가끔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가도 재밌을 것 같다. 어렸을 때 물리학 대가 '스티븐 호킹'박사의 '시간의 역사'란 책이 잠깐 인기를 끌었던게 기억난다. 물리학 전공자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재밌는 상황...
샌델교수의 강의로 들여다 보자...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샐던은 칸트의 순수이성과 존 롤스의 정의론을 설명하면서 칸트와 롤스의 도덕과 정의의 설명에도 해소되지 못하는 딜레마를 설명한다.
행동과 사고를 움직이는 그 동기에서 이성의 힘으로 제어와 설명이 가능하다는 칸트와, 그것을 승계하여 서로간의 합의를 통한 평등세상을 주장하는 롤스의 정의론이 갖는 한계도 설명한다.
저자는 이러한 도덕과 정의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설명하면서 본인이 주장하는 공동체주의를 마지막에 이야기 한다.
미국내 소수자우대정책을 통하여는 사회적우연이나 신분적우연이 갖는 불공정성의 해소, 삶에 대한, 사회와 국가에 대한 최선의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텔로스(사물의 존재목적)를 이야기하면서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 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으례 생기기 마련인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 나가야만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어 강조한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한번 보자.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의 사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된다. 더불어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더 희망찬 기반을 제공한다. "
인류가 2500년동안 이야기해온 도덕과 정의와 부의 분배문제에 대하여 그 모든 주장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그 정리한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질문과 대답이라는 형식으로 우리에게 친절히 설명하는 샐던교수의 강의는 사람을 전율하게 만든다.
하버드대학에서 30년동안 정의란 무엇인가란 최고의 명강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마이클 샐던교수의 강의를 한국말로 듣는다고 생각하면 될것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느끼게 되는 도덕적 갈등과 사회정치적갈등의 문제해결에도 너무나 많은 해답을 제시해준다. 근래 보기드문 역작을 만난 행복으로 머리속이 맑아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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