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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고위 인사가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배우 문성근씨가 9일 서울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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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죄송한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배우 문성근씨는 9일 낯 12시 서울시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옥 앞에서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해 1인 시위에 나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문씨는 ‘길 위에서 꽃한송이 올립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장자연님’ 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약 30여분간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시선을 아래에 둔 채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시위를 계속했다.
문씨는 “한 인간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생명을 끊었는데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이제라도 권력이 감추는 진실을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이 ‘(성접대 받은) 31명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문씨는 “현행법에 맞게 적절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씨는 특히 ‘장자연 성접대 리스트’에 <조선일보> 사장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9일 “장씨가 언급한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이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을 두고 “인간의 죽음 앞에 겸허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입장을 짧게 밝혔다.
문씨는 또 “그동안 동료 여성연예인들에게 연예계 성상납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며 “가슴이 아플 뿐”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문씨의 1인 시위를 지켜보았다. 일부는 ‘장자연씨 사건’에 직접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운(77·여)씨는 “한 여성의 꿈을 짓밟고 매춘부로 전락시킨 사람들이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것을 악용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같아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장씨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경찰이 철저히 재수사해 연예계 성상납 관행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강진 (25·직장인)씨는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잘 수사해서 관련자들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배(40·직장인)씨는 “일본에도 장자연씨 사건이 널리 알려졌는데 더 이상 우리나라가 망신당하지 않도록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은(24·대학생)씨는 “장씨가 친구에게 주었다는 편지글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뒤 ‘(장씨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하니 슬퍼졌다”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동료 연예인들이 나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성근씨의 1인 시위는 30여분간 진행됐고, 문씨와 함께 현장에 나온 동료들은 “문씨가 어떤 식으로든 후배 장자연씨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