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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은 정치가 아니라 교육이다.

변산바람꽃 2011. 8. 28. 08:31

 

 

학교 급식은 정치가 아니라 교육이다.

 

그동안 벌어진 정치·이념적 논쟁과 견강부회식의 돈 계산을 접고 학교 급식의 중요성을 정리해 보자.

급식은 배급 (우리나라 학교 급식의 시작은 1953년 캐나다 원조분유 배급)이 아니고 교육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교육은 차별이나 특혜가 눈에 띄지 않는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받는 평등교육이면 좋겠다. 따라서 학교 내에서의 급식만큼은 국민의 평등교육권을 반영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실제 외국의 연구에서도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무상급식을 받지 않으려 하고, 수혜 대상인데도 신청을 하지 않는 경향이 발견됐다. 무상급식이 이뤄진다 해서 가난한 아이들의 어려움이나 상실감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이라면 그런 요소를 하나라도 줄여나가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라 여겨진다.

물론 평등도 모두 급식비를 안 내는 방법이 있고, 모두 급식비를 내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최근 2년간 급식비 체납 학생이 2배나 늘었다고 한다. 경제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정이 계속 늘 것이다. 학교급식을 의무교육에 따른 국가의 책무로 하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재정 여건상 미뤄야 할 형편이다.

◇ 급식은 국민 평생 건강의 기초이다

일본은 모두 급식비를 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 대신 학부모가 내는 급식비는 반드시 식재료를 사는 데만 쓰인다. 시설과 조리, 인건비는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책임진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유기농 친환경으로 건강한 식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급식비 납부를 선택했다.

일본 특정 지역 초등학교 월 급식 메뉴 - 야키소바, 돈가스, 라멘, 덴푸라 우동, 스파게티, 중국식 만두, 김치 볶음밥, 빵, 샐러드, 과일…… 이런 식이다. 우리도 이 정도로 먹이고 싶다면 언제고 국가와 지방의 재정이 넉넉해지고 국민 경제 사정이 나아졌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 결정하고 방법을 연구하면 된다.

이 문제는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선명해진다. 미국에서 학교급식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학교 급식을 이용하거나 마음대로 선택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학교에 일정한 금액을 보증금 형태로 납입해 놓고 급식을 이용할 때마다 차감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에 맞춰 효율적으로 손실, 손해가 나지 않도록 메뉴를 짜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기름기 많은 튀긴 음식, 치즈덩어리, 설탕덩어리 급식이다. 우리 급식 메뉴가 훨씬 수준 높다. 미국 버클리 교육청 영양서비스 책임자가 지난봄 한국에 들러 강연을 한 내용을 보면 흥미로우면서도 심각하다.

학교 급식 현장에 갔더니 조리기구는 문방구에서 파는 커터(칼)하고 깡통 따는 오프너 두 가지뿐이었다고 한다. 학습용 커터(칼)과 통조림 따개가 조리기구의 전부란 모든 식재료가 깡통 아니면 냉동창고 박스에 담겨 있고, 그걸 꺼내 열어젖히고 렌지에 데워서 식판에 쏟아놓으면 아이들이 퍼간다는 이야기.

항생제와 화학조미료, 환경호르몬, 제초제가 들어간 냉동제품을 학교에서 먹이는 것이다. 그래서 벌어지는 일은 이런 것들이다. 미국 질병관리센터 보고에는 7~8살 아이들 중 40% 정도가 당뇨병 환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부터 당뇨병을 앓느냐 하는 것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당뇨가 시작될 거로 예측하고 있다. 감옥의 죄수 1인당 년 3만 5천 달러를 쓰는데 아이들 급식으로는 년 500달러를 쓴다고 한다.



◇ 학교 급식에서 안전은 최우선이다

급식을 국민평생건강의 기초이자 교육으로 인식한다면 ‘냉동식품 불가’와 ‘당일 조리’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일본도 급식 사고는 종종 있었다. 그러다 1996년 일본 오사카 사카이 지역 초등학교 급식 식중독 사건 발생했는데 9,500명 발병에 3명 사망이었다. 이때부터 급식도 교육과 안전 최우선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게 됐다. 일본의 학교급식법은 식품위생법보다 상위의 법이다.

위생관리 철저의 예를 들면 급식 재료와 조리된 식품을 조금씩 떼어 위생용기에 밀봉해 급속냉동시켜 -20도 C 이하로 일정 기간 보존 조치한다. 식중독 발생 시 이 샘플을 꺼내 녹여서 어느 것이 문제인지 즉각 밝혀내기 위한 것이다. 조리담당자는 맨손으로 작업한다. 손을 도대체 얼마나 자주 씻으면 맨손으로 조리하도록 허용할까 생각해 볼 일이다.

◇ 학교 급식은 지역의 로컬푸드 산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 급식시장은 년간 30조 원이다. 이를 활용해 친환경 농업, 축산, 수산업을 발전시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과제와 연계시켜야 한다. 농축산물의 공급은 최근 겪었다시피 배추, 계란, 우유, 과일, 생선 그 어느 것도 안정적이지 않다. 수익을 내야만 하는 위탁업체가 저렴한 수입 식재료들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의 급식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학교 급식이 농어촌 살리기와 연결되고 아이들도 건강한 로컬푸드를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이 적극 나서기 어렵다. WTO 규정상 공기관이 특히 정부 기관이 농산물 시장에 개입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

일본 급식에 地産地消(지산지소) : “내 고장에서 생산된 것은 내 고장에서 소비한다”는 원칙도 그래서 제도가 아니라 운동이다. 학교 급식에 연결되어 학교, 생산자, 지자체가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아이들 급식만큼은 국내산 특히 지역산을 사용한다는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도시 지역의 경우는 당연히 특정 농촌과 직거래로 재료들을 공급받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생산자가 명확한 재료를 고르고 있다. 식재료를 기르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서로 이름과 얼굴을 잘 알고 가까워야 한다는 로컬푸드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처진 것도 있다. 그것은 주식으로 밥이 아니라 빵이 주로 나온다는 것. 일본은 임진왜란 이전부터 일찌감치 포르투갈과 교류를 텄기 때문에 빵 선호의 식습관이 일찍부터 뿌리를 내렸다(포르투갈어 ‘팡’ PAO 이 일본식 발음 ‘빵’이 된 것). 일본 아이들 영양불균형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워낙 빵이 일반화돼 고치지 못하는 중이다.

그러니 우리는 학교 급식에서 후진국은 결코 아니다. 이 정도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면 학교급식만큼은 한국이 복지선진국으로 나서면 될 일이다. 그것이 교육 강국다운 미국의 대통령이 부러워할 교육선진국의 모습이 아닐까.


변상욱 / CBS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