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詩 서재

여름비가 내리는 길을 걷다가 / 강미

변산바람꽃 2012. 7. 11. 01:37
        여름비가 내리는 길을 걷다가 - 강 미 - 여름비가 내리는 길을 걷다가 어둠 아래 흐르는 것들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한 때 존재하는 것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강요당한 시선이 아직도, 상처처럼 흐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얼마나 몸살을 앓았겠는지 무슨 업처럼 휘갈기고 간 소나기라든가 뜨겁게 마음 불 질렀던 태양이라든가 혹은 바람이나 새들도 한 번씩 건드리고 가다가 그리하여 뱃속에 한 해 동안 품어 생겨난 열매까지 거둬 가버린 비 내리는 어느 날부터 그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존재는 푸르게 남아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고 그 자리에서 다시 돋아나기를 기다릴 뿐 여름비 그치고 어둠이 사라진다 해도 없어지고 사라지는 날들 속에 우리 또 남을 것인데 지금 막 꽃 피고 열매 맺어 존재하는 것들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2012.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