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꽃이 걸어오고 있었다.
- 강미 -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석류나무에 화색이 만연하다. 바라보면 한 인생 같아서 요절하는 꽃도 있고 목숨 놓는 꽃도 있는데 떨어진 꽃 한 송이가 회한의 눈물 같기도 하다.
몇 송이 떨어진 바닥을 보니 들어갈 무덤이 보이고 먼저 진 희생의 발자취 같은데 꽃이 나보다 늦게 나와서 나보다 먼저 흙으로 돌아갔으니 꽃 피고 지는 것이 생을 깨우치는 일이 분명하구나.
석류 열리기 전에 꽃 피어야 하는 이유와 피기도 전에 꽃 떨어지는 이유를 나무에 앉은 새에게 묻는데 꽃 걸어간 길 쫒아간다고 새 날아간 자리에 열매 하나 일찍 맺혔다.
그래서일까 새벽 선 잠 꿈속에서 석류 한 알 얻었는데 먹지도 못하고 버려둔 씨앗들이 꽃으로 피고 진 것처럼 피 흘리는 가슴을 안고 석류꽃이 걸어오고 있었다.
(201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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