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ny Griffin / Straight No Chaser
Johnny Griffin / It's All Right With Me
Johnny Griffin을 위하여
오래 전 평론가 레너드 페더는 “존 콜트레인과 소니 롤린스가 테너 색소폰의 헤비급 챔피언이라면 행크 모블리는 미들급 챔피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테너맨과 복서 사이를 잇는 이 절묘한 비유는 우리의 또 다른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만약 무하마드 알리가 존 콜트레인이고 조지 포먼이 소니 롤린스라면 나머지 한 명, 조 프레이저는 과연 누굴까. 지미 히스? 해롤드 랜드? 베니 골슨? 아니면 부커 어빙? - 천만에 말씀. 그 주인공은 단연 자니 그리핀이다. 기이하게 보일 만큼의 단구이면서도 마치 투우장의 성난 황소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듯한 야성의 사운드, 거기에 일찍이 평론가 랄프 글리즌이 “세상에서 테너 색소폰을 가장 빠르게 부는 연주자”라고 평했던 속사포와 같은 그의 16분 음표의 긴 행렬을 놔두고 그 무엇을 천부적인 인파이터 조 프레이저의 연기 뿜는- 그래서 ‘스모킹’이라고 불렸던 - 펀치에 비유할 것인가. 그래서 난 ’50년대 말의 시점에서 존 콜트레인의 진정한 라이벌은 롤린스가 아니라 그리핀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일의 문제다. 그것은 진정한 권투팬이라면 아시겠지만, 진짜 명승부는 알리와 포먼과의 대결이 아니라 세 번에 걸쳐 펼쳐진 알리와 프레이저의 ‘3부작 혈투’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두 사람이 붙어야 경기는 진짜 박진감이 넘친다. 오죽하면 오스카 피터슨은 ‘알리와 프레이저 Ali & Fraizer'라는 곡까지 썼겠는가. 마찬가지로 콜트레인과 그리핀이 비교될 때가 진짜 진검승부다. ’ 50년대 말 코드를 미분해서 그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소화해내는 점에 있어서 두 사람을 능가할 테너맨은 결코 없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콜트레인과의 테너배틀을 담은 ‘광기의 테너 Tenor Madness'가 그리핀이이 아닌 롤린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괜한 아쉬움 같은 것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리핀은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롤린스와 비교해서 폄하하던- 그래서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테너맨으로 부적합 하다고 평했던- 콜트레인의 가치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57년 자신의 리더 작 [블로잉 세션 A Blowin' Session](블루노트)에 콜트레인을 초대했고 여기에 행크 모블리, 트럼페터 리 모건을 더해 그야말로 한 판의 난타전을 질펀하게 펼친 것이다. 하지만 대결의 관점 그러니까 알리와 프레이저의 격돌을 관전한다는 입장에서 보자면 이 천재일후의 만남은 그 방만함이 아쉬웠다. 여기서 두 테너맨의 솔로를 비교한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본질적으로 이 연주는 한판 대결이기 보다는 새로운 재즈세대의 파티였다. 그럼에도 콜트레인과 그리핀의 이후 대결은 비록 직접적인 맞대결은 아니지만 원거리에서 간접적으로 지속되었다. 바로 셀로니어스 멍크 4중주단의 테너 자리를 콜트레인은 ‘57년에 그리고 그리핀은 이듬해에 맡게 된 것이다.
멍크가 기이하게 벌려 놓은 코드의 간극을, 그리고 짓궂게 파놓은 요철기복의 장애물들을 두 사람처럼 능숙하게 메우면서 재빠르게 건너뛰는 테너맨은 훗날 찰리 라우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콜트레인은 물론이고 그리핀의 당시 연주는 재즈의 첨단이었다. 그런데 대결은 거기까지였다. 콜트레인은 그 지점에서 한 번 더 비상하여 ’60년대의 걸작들을 쏟아낸 반면 그리핀은 속주의 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퇴행하고 만 것이다. 콜트레인이 찰리 파커의 유산에서 벗어나 모달 재즈로, 프리 재즈로 언어를 넓혀갔던 시기에 그리핀이 에디 ‘록조’ 데이비스와 결성했던 ‘터프 테너스’의 음악을 들어보면 왠지 모를 서글픔마저도 느껴진다. 그것은 깊은 영감과 상상력을 갖춘 시대의 예술가가 이룬 만년의 걸작과 뛰어난 재능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에는 평범할 수밖에 없었던 범인(凡人)의 자화상을 비교해서 보는 것 같다. 그렇다. 프레이저는 알리를 넘어 설 수 없었던 것이다. 일찍이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활동했던, 그래서 한 때 고국에서는 그의 생존 여부마저도 묘연했던 그리핀이 지난 7월 25일 남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그래서 이미 40년 전 저승에서 쉬고 있던 콜트레인은 지금 약간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그토록 한판을 벼르던 다부진 싸움꾼이 테너색스를 짊어지고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배틀에는 관심 없다는 콜트레인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한 번 붙어보자고 끈질기게 다그치는 그리핀의 쉰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블루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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