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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斷想] 관계에서의 작은 연대와 큰 연대,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변산바람꽃 2014. 10. 15. 22:40



[논술斷想] 관계에서의 작은 연대와 큰 연대,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개인적으로 오늘 다시 한번 한 분의 선배님에게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지켜주는 큰 그릇 같은 배려와 넉넉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 조건과 상황에 따라 평가나 믿음의 잣대를 옮겨가지 않고 자신이 상대를 바라보았던 처음 그 판단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즘처럼 자기 편의대로, 너무 쉽게 판단하고, 단정해 버리고 평가해 버리는 관계가 일반화 되고 있는 사회적 변화에서는...그러한 믿음과 배려는 상대에게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그 상대를 바라본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임을 요즘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너무나 실수투성이이고 시행착오를 끊임없이 겪는 인간이건만 어쩌면 그 선배님은 그리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주시는 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 스스로 나를 믿는 것보다 나를 더 이해하시고 믿어 주시는 선배님의 신뢰는 내게서 발현된 믿음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그 선배님의 가치관이 형성한 인식인 것이다. ‘그 사람이 그럴 때는 이유가 있을 거야. 어쩌면 지금이 가장 그 사람을 믿어주고 마음으로나마 도와주어야 할 시기인지도 모르는데 나라도 그렇게 해야지’ 하는 믿음의 근거는 순전히 상대를 바라보는 인식에의 신뢰가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한 부모에게 태어난 같은 형제간에서도 찾기에 드문 처음 가진 믿음 그대로 변함없이 나를 믿어주시는 선배님이 계시다는 것은 내가 살아 온 시간 속에서 지켜져야 할 가장 가치 있는 행운일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한 선배님이 가까이에서 멘토로 계시다는 것은..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대부분 어떤 역할과 관련되어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 역할의 공감이 이루어지는 장이 가정이든지 직업적이든지 보다 큰 규모의 조직이든지 또한 그 관계의 내용이 가족 간의 애정이든지 친구 사이의 우정이든지 연인과의 애정이든지 혹은 동료 사이의 우정이든지..모든 관계에는 그 관계를 설명하게 되는 내용이 있게 된다. 그 내용에 따라 각자는 서로 연합하거나 공감하거나 교류하거나 동참하는 것이 결정된다. 우리는 그와 같은 개인 간의 상호의존에 근거한 결합을 연대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연대는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 개인과 사회로 확장될 수 있다. 사회적 분야의 발달에 따라 동질의 구성원들 간의 결합체인 기계적 연대로서 사회관계가 이질자들의 기계적 연대에 근거한 긴밀한 조직적 사회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사회 연대라고 하고 그 대표적인 사례를 우리는 NGO 활동이나 시민단체의 조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연대를 이루는 모든 개인 간의 관계나 사회적 관계에는 반드시 기초적인 관계에서 출발하는 작은 연대와 보다 직접적인 관계에서 출발한 큰 연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운영하는 학원 내의 강사와 내 관계는 일을 통해 신뢰가 형성되는 작은 연대일 것이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와 국민 대다수와의 관계도 직접 개입이 아니라는 측면에서는 기초적인 작은 연대에 속한다. 반면 보다 밀접한 관계 형성에서 근거하는 가족 간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역할이나 연인 사이의 역할, 의사와 환자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관계, 바로 윗 상사와의 관계에 의한 역할들은 큰 연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작은 연대와 큰 연대에는 보다 큰 신뢰와 책임을 동반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계 간의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 지 않을 때 그 관계에는 갈등이 나타나게 되고, 분열이 확산되고, 급기야는 사회연대 해체까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연대의 해체로 인해 나타나는 사례를 이혼이나 결별로 인한 가족 붕괴와 애정의 결핍을 초래하는 결별, 그로인한 소외 현상, 사회양극화 현상으로 인한 사회 계층 간의 단절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 간의 관계이든지 사회 계층 간의 관계이든지 이렇게 작은 연대에서 기초한 신뢰와 배려가 큰 연대로 확장되고 관계를 더 곤고하게 된다. 관계는 이처럼 믿음에 의한 배려에서 출발한 연대를 통해 공유할 가치들이 재생산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관계에서 작은 연대를 이루는 관계에 충실하는가? 큰 연대를 이루는 관계만에 충실하는가? 아니면 당신은 이 둘 다의 역할을 이루는 관계 모두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들은 모두 어떤 형태이든이 상대에 대한 자신에게 발현된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