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로주점과 잃어버린 우산]
2016년 12월의 첫 날 새벽 어둠이 깊어지나 보다. 바깥 새벽 날씨가 추운지 유리창에 김이 서려서 흐른다. 이곳에서의 4개월 예정되었던 마지막 밤이어선지 싱숭생숭 잠 못들고 있기에 페북을 기웃거리는데...
어라, 존경하는 이필재선배님 담에 이연실씨의 '목로주점'이 걸려있더라. 오잉 선배님도 이 곡을 좋아하시나? 우순실씨의 '잃어버린 우산'과 함께 초판본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좋아했던 곡이다...
15년 전, 오랜기간 활동하고 있는 아나로그 오디오 동호회 장터에서 이 목로주점이 수록된 이연실씨의 LP 음반 초판 초쇄본과 우순실씨의 잃어버린 우산 초판 초쇄본을 경매로 내어놓은 것이 떴었다. 그 시기 나는 주로 재즈 오리지널 초판본이나 라이센스 초판 초쇄본을 수집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은 내 감성의 타래를 풀어주는 가요 중에서도 희귀본이나 초판본이 눈에 띄면 쫒아가서라도 구하곤 했었다. 그 오지랖 덕에 조용필씨의 알려지 지 않은 초판본도 세 개나 가지고 있게 되었다. 이 목로주점과 잃어버린 우산을 한 사람이 소장하다가 방출한건데 아뿔싸 제주도란다. 까짓 재즈 초판을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와 미국으로도 이차저차하여 구했는데 제주도쯤이야...그렇게 직접 제주도까지 가서 기어이 두 음반을 업어왔더랬다.
살아보니 아나로그 빈티지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턴테이블이나 음반을 바꿈질하던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시절이 가장 부자였던 시절이었지 싶다. 마음도 물질도 정서도...
목로주점을 좋아했던 이유도 있었다. 부르는 이의 음성과 곡이 잘 어우러진다. 목로주점을 이연실씨가 아닌 다른 가수가 부르는 것은 상상이 안 되니까...그리고 우리 일상에 간혹가다 홀로 가도 편안할 목로주점 하나쯤은 건너다닐 곳에 두고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무심코 어딘가 두고 와버린 잃어버린 우산처럼 아무렇지도 않을 일상이 실은 가장 자기다운 평범성이 그대로 기억이 되는 일상인 것처럼. 어디서든지 부담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도 좋을 것 같은 목로주점처럼.
아침이 되고 집으로 돌아가면 모처럼 진공관을 달구어서 목로주점과 잃어버린 우산을 걸어두고 따라 불러봐야지. 비 내리는 늦가을 이른 저녁, 우산을 버스에 두고 내린채 비를 맞으며 간이역 목로주점에 들어가 따끈한 정종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불러봐야지...
아니면 12월 첫 날 저녁 도시의 어디 낡은 목로주점을 찾아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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