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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Jazz 에세이 (18) - 죽어야 행복해지는 우리...그리고 Ella & Louis

변산바람꽃 2009. 12. 5. 18:28

Jazz 에세이 (18) - 죽어야 행복해지는 우리...그리고  Ella & Louis

 

 

며칠 전 학원을 찾아 온 2년이나 내 조교를 해주었던 후배 교사는
나에게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했다.
내가, 얼마 전의 그의 꿈속에서 죽었기 때문이란다.

오늘은 또 교사 한 명이 나를 보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밤 그녀의 꿈 속에서도 내가 죽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그냥 죽은 것이 아니고 사람 많은 거리에서
-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는데 -
신호등 건널목을 건너던 아이를 구하고 죽었다는 거다.
그녀도 말했다.
조만간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이상도 하지...
그들의 말을 듣고 나는 가만가만 설레었다.
설레면서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한참이나 좋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내 몸이 상하는 상처를 입거나 나와 피를 나누어 가진 누군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진 않았으므로 지난 얼마간의 시간이 아주

불행한  것들이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좋은 일 역시 생겨나지 않는 시간들이란
글쎄... 지루하고 피곤했다는 것이 맞을런지...

일상이 그랬다.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과 주거니 받거니
몰입되었다가도

어쩔 수 없는 되새김 마냥 일상의 변화가 없었다.
재미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은데, 재미있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짓거나
행복해 미치겠다는 몸짓을 해보이는 건 어딘가 어색하고 어딘가는 쓸쓸하다.

 

그래...
나에게도 좋은 일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좋은 일들이 생겨날 수 있다면
날마다 누군가의 꿈속에서 내가 죽어주어도 좋겠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겨난다면
내 꿈속에서도 그 누군가가 여러번 죽어주었으면 좋겠다.


이 에세이를 읽는 누군가에게
좋은 일들이 하나씩 만이라고 생겨난다면 좋겠다.
그럴러면 이 에세이의 독자들 모두 꿈속에서 만나

어느날 지구가 멸망해서 몽땅 다 죽는 꿈을 꾸면 되는 걸까...


아...모두가 행복해진다면
난 백번이라도 그런 꿈들을 꾸어줄 텐데...

하지만, 다른 사람의 꿈속에서 두번이나 죽은 나에게도
아직까지 좋은 일들은 기미도 없다.

이 글을 절반 정도까지 쓰고 있었는데  10분이면 인터넷 부팅이

멈춰버려서 글을 한 번은 몽땅 잃어버렸다.
이런 분통 터지는 일이 바로 삼십분 전에 있었다.
그래서 난 한 단락씩 쓰고 복사해서 자료실에 옮기면서 이 글을 마무리해야 했다.

아... 여러번 죽고 여러번 윤회를 해도
인생은 이렇게 지루하다... 쩝...

게다가 역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제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600년 된 국보 1호 숭례문이 모두 타버렸다...미칠 노릇이다.

 

이런 기분일 때 엘라 핏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세월을 끌어 안고,

세월을 버리지 않고,

그리고 세월을 살다 간 그들의 흔적이 그리웁다...

이들이 함께 한 앨범을 들어 보자...

 

~ Ella & Louis - Louis Armstrong, Ella Fitzgerald ~

1. Can't We Be Friends?
2. Isn't This A Lovely Day?
3. Moonlight In Vermont
4.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
5. Under A Blanket Of Blue
6. Tenderly
7. A Foggy Day
8. Stars Fell On Alabama
9. Cheek To Cheek
10. The Nearness Of You
11. April In Paris


누구나 들으면 행복해질만한 음반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이 음반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은 내가 아끼는 재즈 재산 목록이다.

엘라의 밝고 맑은 음성과 루이의 털털하고 유머러스한 음성이 만난
이 음악을 듣고도 즐거워지지 않는 사람은 사진을 찍을 때조차

웃지 못할만큼 외로운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 일까?

그러나 적어도 나는 여러번 다른 사람들의 꿈 속에서

죽은 나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죽고 없는 그들의 흔적에서 평온을 느끼게 된다...

엘라와 루이가 같이 녹음한 음반은 세 개가 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앨범이 하나이고, 'Ella & Louis Again' 이 또 하나이며,
마지막으로는 'Summertime' 이 그것이다.
그 외에는 정규앨범이 아닌 세 음반 중에서 가려 뽑은 베스트 음반이 한장 나와 있고,
또 하나는 이 세장을 몽땅 묶은 전집음반이 나와 있다.

무엇을 들어도 다 행복해질테지만 이 음반이 더 즐거워지는 이유는
바로 'Cheek To Cheek' 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면서 들으면
꿈자리까지 행복해질테다.
좋은 꿈 꾸시길...그리고 그 꿈속에서 제발 나를 죽여주시라...(변산바람꽃 **)

 

 

~~ 이해해 달라. 아직 컴을 고치지 못해서 위의 앨범 자켓에 있는 곡 특히

'Cheek To Cheek' 를 오늘은 올리지 못해도 컴을 고치면  내일이라도 올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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