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 에세이 (18) - 죽어야 행복해지는 우리...그리고 Ella & Louis
며칠 전 학원을 찾아 온 2년이나 내 조교를 해주었던 후배 교사는 나에게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했다. 내가, 얼마 전의 그의 꿈속에서 죽었기 때문이란다.
오늘은 또 교사 한 명이 나를 보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밤 그녀의 꿈 속에서도 내가 죽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그냥 죽은 것이 아니고 사람 많은 거리에서 -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는데 - 신호등 건널목을 건너던 아이를 구하고 죽었다는 거다. 그녀도 말했다. 조만간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이상도 하지... 그들의 말을 듣고 나는 가만가만 설레었다. 설레면서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한참이나 좋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내 몸이 상하는 상처를 입거나 나와 피를 나누어 가진 누군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진 않았으므로 지난 얼마간의 시간이 아주
불행한 것들이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좋은 일 역시 생겨나지 않는 시간들이란 글쎄... 지루하고 피곤했다는 것이 맞을런지...
일상이 그랬다.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과 주거니 받거니 몰입되었다가도
어쩔 수 없는 되새김 마냥 일상의 변화가 없었다. 재미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은데, 재미있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짓거나 행복해 미치겠다는 몸짓을 해보이는 건 어딘가 어색하고 어딘가는 쓸쓸하다.
그래... 나에게도 좋은 일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좋은 일들이 생겨날 수 있다면 날마다 누군가의 꿈속에서 내가 죽어주어도 좋겠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겨난다면 내 꿈속에서도 그 누군가가 여러번 죽어주었으면 좋겠다.
이 에세이를 읽는 누군가에게 좋은 일들이 하나씩 만이라고 생겨난다면 좋겠다. 그럴러면 이 에세이의 독자들 모두 꿈속에서 만나
어느날 지구가 멸망해서 몽땅 다 죽는 꿈을 꾸면 되는 걸까...
아...모두가 행복해진다면 난 백번이라도 그런 꿈들을 꾸어줄 텐데...
하지만, 다른 사람의 꿈속에서 두번이나 죽은 나에게도 아직까지 좋은 일들은 기미도 없다.
이 글을 절반 정도까지 쓰고 있었는데 10분이면 인터넷 부팅이
멈춰버려서 글을 한 번은 몽땅 잃어버렸다. 이런 분통 터지는 일이 바로 삼십분 전에 있었다. 그래서 난 한 단락씩 쓰고 복사해서 자료실에 옮기면서 이 글을 마무리해야 했다.
아... 여러번 죽고 여러번 윤회를 해도 인생은 이렇게 지루하다... 쩝...
게다가 역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제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600년 된 국보 1호 숭례문이 모두 타버렸다...미칠 노릇이다.
이런 기분일 때 엘라 핏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세월을 끌어 안고,
세월을 버리지 않고,
그리고 세월을 살다 간 그들의 흔적이 그리웁다...
이들이 함께 한 앨범을 들어 보자...
~ Ella & Louis - Louis Armstrong, Ella Fitzgerald ~
1. Can't We Be Friends? 2. Isn't This A Lovely Day? 3. Moonlight In Vermont 4.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 5. Under A Blanket Of Blue 6. Tenderly 7. A Foggy Day 8. Stars Fell On Alabama 9. Cheek To Cheek 10. The Nearness Of You 11. April In Paris
누구나 들으면 행복해질만한 음반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이 음반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은 내가 아끼는 재즈 재산 목록이다.
엘라의 밝고 맑은 음성과 루이의 털털하고 유머러스한 음성이 만난 이 음악을 듣고도 즐거워지지 않는 사람은 사진을 찍을 때조차
웃지 못할만큼 외로운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 일까?
그러나 적어도 나는 여러번 다른 사람들의 꿈 속에서
죽은 나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죽고 없는 그들의 흔적에서 평온을 느끼게 된다...
엘라와 루이가 같이 녹음한 음반은 세 개가 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앨범이 하나이고, 'Ella & Louis Again' 이 또 하나이며, 마지막으로는 'Summertime' 이 그것이다. 그 외에는 정규앨범이 아닌 세 음반 중에서 가려 뽑은 베스트 음반이 한장 나와 있고, 또 하나는 이 세장을 몽땅 묶은 전집음반이 나와 있다.
무엇을 들어도 다 행복해질테지만 이 음반이 더 즐거워지는 이유는 바로 'Cheek To Cheek' 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면서 들으면 꿈자리까지 행복해질테다. 좋은 꿈 꾸시길...그리고 그 꿈속에서 제발 나를 죽여주시라...(변산바람꽃 **)

~~ 이해해 달라. 아직 컴을 고치지 못해서 위의 앨범 자켓에 있는 곡 특히
'Cheek To Cheek' 를 오늘은 올리지 못해도 컴을 고치면 내일이라도 올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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