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도시인, 그들의 삶과 소외에 대해머니위크 | 박선영 | 입력 2010.06.06 13:10 [[머니위크]뮤움 명작 갤러리]
하늘에서 남자가 우수수 비처럼 내려온다. 영화 < 브릿지 존스 다이어리 > 에서 노처녀 르네 젤위거의 절규 어린 외침이 아니다. 그림 속에서 까만 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다. 벨기에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인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1898-1967)의 겨울비(혹은 골콘드)다. 이 그림은 대중문화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어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작품이다. 영화 < 매트릭스 > 에서 스미스 요원으로 분한 키아누 리브스의 변신 장면. 영화 <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 에서 남자 주인공 피어스 브로스넌의 도주 장면, 최근 한국영화 < 전우치 > 에서 여러명의 강동원이 동시에 등장하는 신 등 다각도로 해석되고 소비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르네 마그리트/겨울비(Golconde-1953)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 Art)에서 수학한 뒤 1920년대 중반 파리로 건너가 당시 유럽 화단에서 유행했던 초현실주의를 접하게 된다. 당시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기초로 해서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고 상상력을 극대화해 새로운 세계를 꿈꿨던 예술 사조(Trend)였다.
르네 마그리트는 의식의 통제에서 벗어나 즉흥적인 화법을 실험했던 다른 초현실주의자들과 달리 사실적인 묘사로 익숙한 사물들을 서로 다른 공간에 배치시켜 시적이면서 비이성적인 세계로 변화시키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사물간, 혹은 공간간의 비상식적인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시각적 충격과 심리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세계대전을 겪은 작가의 불안감과 인간 존엄성의 상실에 대한 고민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작품은 멀리서 바라보면 화면 속에 등장하는 신사들이 똑같아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신사들 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과 서로 다른 자세,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한 신사는 차려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다른 이는 코트 속에 한 손을 찔러 넣고 있고, 또 어떤 이는 뒷짐을 지고 측면을 바라보고 있다. 중절모를 쓴 신사의 모습은 마그리트의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인데, 작가가 밝힌 것처럼 모자와 양복을 입고 도시를 살아가는 획일화된 익명의 도시인의 삶과 소외를 상징한다. 마그리트는 그림 속의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어릴 적 동화 속에서나 꿈꿔왔을 법한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장면으로 표현해냈다. 그런 이유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의 작품은 대중문화 속 이미지로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아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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