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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섬이었음을 / 김선태

변산바람꽃 2010. 8. 26. 12:56

 

 

 

 

이름없는 섬이었음을 / 김선태

그저 잠시 머물다 떠나고 싶은 섬이었음을
아무에게도 무게지움이 없이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떠 있고 싶은 섬이었음을

그러나, 흐르지 않고 그대로 가만 고여 병든 바다
때로는 바람이 불어 파도가 세차게 내 가슴을 후비고
부서지지 않으려 안으로
안으로 끓어 안던 그 숱한 나날들

쌓이는 절망과 분노 속 터져버리고 싶은 아픔이었음을
벗들이여, 기억하는가
굳게 빗장을 걸어 놓은 시간과
모르는 곳으로 눈 감고 숨죽여버린 내 언어를
싸늘히 식어 차돌처럼 다져진 내 단단한 고독을

벗들이여, 용서하라
방향없이 부유하는 바닷새와 물고기떼
함께 어울려 이겨내지 못한 내 비굴을
그리고 뜨겁게 껴안지 못한
내 사랑의 짧은 입맞춤을, 또는 비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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