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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당 안양지역위원회 번개 모임 후기]새벽으로 떠나가던 6차까지

변산바람꽃 2011. 1. 7. 14:43

 

 

 

       새벽으로 떠나가던 6차까지의 의외성 이야기 하나...

 

 

                                                            -변산바람꽃-

 

 

 살면서 일상의 의외성이 갖는 즐거움을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일까요...

마케터님 초청으로 찾아 갔던 마케터님의 호프 팝에서의 번개 모임은 모처럼

고정적인 일상의 일탈처럼 의외성이 주는 즐거움을

새벽 5시까지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적절하게 듬직함과 여유로움이 섞여있는 호탕함을 가진 시민사랑님과

시니컬한 웃음 속에 담긴 열정과 비판의 날카로움이 멋지게 어울리는 한가로이님...

아차 그 젊은 얼굴이 두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었지요...

어쩐지 카키색 목도리와 니트가 로맨틱하게 어울린다 싶었는데

시민사랑님의 총각 장가보내야지 하는 멘트에 다시 쳐다보았던 마케터님...

진지함과 감수성이 어떻게나 잘 어울리던지 앞으로

우리 참여당의 이미지 메이킹이 되겠구나 싶었지요...

 

 바다에서 죽겠다는(?) 시민사랑님에 맞서 바다는 빼앗아 가지만

흙은 정직하게 품어준다고 전라도 촌년 출신인 저와의 주거니 받거니 말싸움에

사람 좋은 마케터님의 미소가 함께 밤으로 깊어갔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아 그리고 무엇보다 난생처음 원 없이 다트를 삼격필살로 던져내며 마케터님과

짝을 해서 시민사랑님과 한가로이님 짝을 이겼던 것은 잊을 수 없을 듯...

하하 신났었습니다. 전 이기는 것은 무엇이든 집착하는 성격인지라

게임에서도 절대 질 수가 없었는데 마케터님이 짝꿍으로서

든든한 바람막이 되어주어 축구돌리기 게임도 이겨버렸습니다. 하하...

확실한 것은 시민사랑님과 한가로이님은 환상의 짝은 아니라는 사실 ㅎㅎ

 

그렇게 마케터님의 호프 팝에서 1차로 세계 각 국의 맥주를 골고루 맛보고

(거의 10여년 만에 최소한 5개국 맥주를 마신 듯...)

시민사랑님의 적극적 주동으로 평촌학원가의 흑산도 홍어집에서의 2차로 이동했었지요...

막걸리와 맥주가 어우러지고 콩나물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곁들인

홍어삼합의 만찬이었습니다. 시민사랑님은 흑산도 홍어집에 들어서기 전부터

나올 때까지 콩나물 예찬을 빼놓지 않는 바람에 저는 속으로 그랬지요...

혹시 콩나물집 아들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하하...

세상을 우리가 바꾸어야 한다고 아직도 꿈꾸는 한가로이님과 시민사랑님

그리고 마케터님...충분히 의식이 아름다운 이들...

그래서 세상이 더 안쓰러워진 저는 그래 잠시 잊자...

그렇게 3차의 시간으로 세 남정네를 꼬셨습니다...라이브 가자!!

그런데...왜 어둠 속에 둔 뒷꼭지에 눈물이 매달리려고 했는지...

 

그렇게 학원가의 모 라이브바에 들린 시간이 새벽 2시가 다 되었지요...

노래를 잘 부른다는 한가로이님은 피곤한 하루를 접고 집으로 간다는 것을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제가 억지로 이끌고 가서야 한가로이님의

생 라이브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시민사랑님이 라이브에서는 히어로이셨다는 사실...

어쩜 그리 노래를 전문가 뺨치게 잘 부르는지요...아시고 계셨남요?

멋을 알고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쩝쩝...그래도 게임의 환상적 짝꿍이었던

마케터님이 노래 분위기에서는 짱 이었어요 하하...

 

 시간이 새벽으로 자꾸만 달아나더라구요...

오랜만에 딸내미에게서 휴가를 받은 자유로움을 누리고 싶은데

자꾸만 시간이 새벽을 달아나지 뭐예요...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은 언제나 아쉽더군요...그래서 무리를 하고 말았어요...

어떻게요? 라이브에서 한가로이님을 해방시켜 주고 4차로 다시

 마케터님의 호프 팝으로 왔지요 뭐...

거기서 다시 저는 맥주로, 마케터님은 진토닉으로...

이때쯤 몸살처럼 슬슬 한물 가시던 시민사랑님은 물로 4차를 치루었지요...

그렇게 또 4차의 새벽은 다시 뒤로 흘러가더군요...뭐...잡을 수가 있어야지요...

제 손가락 사이가 워낙 넓어서리 빠져가는 시간이 새벽 4시가 넘더라구요...

결국 시민사랑님도 그 시간 따라 새벽 속으로 휘적휘적 가고...

오늘의 초대자 마케터님과 다시 5차로 오뎅 먹으로 가자 하구 일어났지요...

 

 범계역 먹자거리의 새벽은 가로수에 입혀 놓은 꼬마전등들의

불빛이 마치 나방같이 움직이더군요...그 거리의 오뎅바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은 모습의 여인 둘이 사케를

앞에 두고 있더군요...나타샤님과 일행이었어요 하하 이런 우연이...

새벽 5시가 되어가는 거리의 주점에서 또 다른 모습의

새벽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유쾌했지요...그렇게 갑자기 일행이 넷이 되어버린

우리는 사케와 청주를 데워 마시고 일어났지요...

 

거기까지가 5차였어요...이제 더는 새벽으로 가는 시간을 붙들 수 없게 되어서

바람맞은 여자처럼 집으로 갈까 하다가 다시 마케터님과 맥도날드에서

새벽 커피와 우유를 마시러 갔어요...뭐 제가 또 꼬셨어요 하하...

그러니까 6차인 셈이지요...장소와 내용물이 바뀌었으니까 6차 맞지요?

좋았습니다...어설픈 분위기로 서늘하던 맥도날드의 지저분한 바에 앉아서

잠시 마케터님과 과거의 흔적들이 가지고 온 현재의 모습들에 대해서 주절주절...

그랬는데 새벽으로 갈수록 총명하게 깨어나는 저에 비해서

마케터님은 드디어 무너지기 시작하는 듯 눈동자가 붉으스레 풀려가더군요...

에고 아직 장가도 못간 총각인데 새벽 어수선한 거리에서

무너지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그만 6차로 종을 쳐야 했지요...

 

 왜 그랬을까요? 왜 새벽으로 갈수록 의식은 날카로와지고

시간의 초침소리까지 뚜렷하게 인식하게 되었을까요?

새벽은 내게 떠나려는데 내 의식은 왜 그 새벽 중심과

언저리를 왕복하며 깨어있으려 했을까요?

마치 의식과 몸이 서로 누가 이기나 하는 듯이

자기들이 먼저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지요...

 

 피곤했을텐데 마케터님의 친절한 배웅을 뒤로 하고

야밤 택시를 타고 집이 있는 동네로 들어섰네요...

5개국 정도의 맥주를 마셨건만 의식은 말짱 깨어버려서

아파트 입구에서 집으로 가는 동을 들어서지 못하고

잠시 어둠 속 무겁게 내려 앉아 있는 공기 속에 서 있었네요...

자꾸 무언가 아쉬웠어요...

오늘도 여럿 속에서 남겨 둔 이야기들의 빈 공간...

다 털어내지 못한 구토처럼 무언가 남아 있었습니다...

등 뒤의 그림자처럼 서성이는 미련이 자꾸 잡아당겨서

집으로 들어가지도 거리를 돌아서지도 못하고

안양천변으로 물러가고 있는 새벽 겨울안개 속에서 멈춰서 있었습니다.

 

아...혼자였습니다.

전체 속에서 언제나처럼 공유될 수 없었던 이념의 서성거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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