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강의 3. 위험사회의 도래, 위험사회적 요소들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세계화와 관련지어서 우리가 겪게 된 사회적 위험요소들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주제는 ‘위험사회의 도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로 논술에서의 출제 가능성까지 이야기
해 봅시다.
위험사회의 도래
최근 지구온난화, 광우병 위기,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확산, 유전자 변형식품에 대한 논쟁과 같은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이 삶의 주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위험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에 개인, 국가, 초국가적 단체들은 삶의 안정적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위험을 협상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험의 원인과 진행 양상에 대한 적절한 답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양상은 세계화의 진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이러한 위험들이 전지구적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위험의 형태와 정도를 더 크게 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끝없이 반영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지요. 이러한 위험사회는 환경이나 건강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관계된 일련의 변화 전체를 포함합니다. 가령,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직업 불안정성, 전통적 가족 관계의 변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위험사회의 특징
먼저 위험사회의 대표적 특징으로 위험의 평균화를 들 수 있습니다.
'결핍에는 위계서열이 있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는 말처럼 위험은 평균화됩니다. 우리가
당면한 위험 앞에 부자와 빈자, 강대국과 약소국의 차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국가나 사회 혹은 개인과의 비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대기오염과
교통소음을 피해 특권적인 주거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는 있지만 물과 토양 오염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화학적 피해와 방사능의 위험 아래 모든 인류는 절대적으로 평등한 상황입니다. 위력을 더해가는
자연 재해 앞에서 강대국도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로 인류는 위험 앞에 평등하게 노출된다는 의미이지요.
다음 위험사회의 특징으로는 위험의 전지구화를 들 수 있습니다.
위험은 그것이 발생하는 지역이나 국경 내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핵발전소는 그것이 위치한 도시를 넘어 반경 600㎞에 이르는 측정 불가능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지구 온난화로 그 발생 빈도가 잦아지는 황사는 500∼5천㎞를 이동하며 위험을 초래합니다. 이러한 생태학적 재앙은 피해 규모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위험도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에서 개별국가의 문제로 끝나지 않게 되지요. 또, 개별 국가의 개입과 대처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의 개인화가 있습니다.
산업사회의 특징인 포드주의 아래서는 노동운동의 조직화가 가능했지만, 오늘날 노동시장의 전문화는 연대를 통한 공동체적 문제 해결 방식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능력에 따른 연봉제는 해고의 가능성, 실업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 둘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이 공동체나 연대를 통해 해결 가능했던 위기와 위험을 이제 온전히 개인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불평등은 더 이상 사회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로 전환되어 공동체의 순기능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위험사회 특징으로는 진리의 지위를 잃어버린 과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과학적 진리가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과학 철학의 논증으로 과학적 주장을 신뢰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물질적 풍요와 삶의 편의를 제공하고자 하는 과학적 노력이 결국 위험사회를 초래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과학은 그 진리성을 위협받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의 노력으로 평균 수명과 기대 수명이 상향되면서 병의 고통이라는 자연적인 위험을 감소시켰지만, 은퇴 후의 연장된 삶이 제공하는 고령의 위험이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위험으로 환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과학의 시도는 새로운 문제를 초래함으로써 진리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정치적인 것의 정치화입니다.
근대화에 따른 위험의 증가 속에서 독특한 정치적 행위들이 일어납니다. 과거에는 정치의 영역에 속하지 않던 것들이 정치적 타협으로 결정되는 양상을 띠는 것입니다. 먹거리의 위험성이 증대되면서 식품 속에 들어간 이물질은 한국 국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광우병의 위험 속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교육환경에 내몰릴 위험에 처한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위험은 일상의 사소한 문제를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으로 바꿔 놓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시대의 위험사회, 혹은 위험사회적 요소들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위험사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울리히 벡은 '성찰적 근대'를 제안합니다. 기존 산업사회의 원리를 성찰함으로써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을 구성하자는 것이지요. 정치적으로는 근대적 삼권분립 체계의
해체와 재구성, 기술과학적으로는 전문가 체계에 대한 대변혁을 요구합니다. 특히 과학 기술에서의
성찰적 접근이란, 일부 전문가 집단과 기업이 독단적으로 진행하던 과학의 영역에 비판세력으로서의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과학적 합리성을 활용하여 과학에 대한 사회적
제어력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이는 곧 '사회적 합리성 없는 과학적 합리성은 공허하고, 과학적 합리성 없는 사회적 합리성은 맹목적'이라는 진술과 상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 집단이 주도하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에 대해 이와 같은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를 알게 되는 대목입니다.
이제 이와 같은 위험사회와 관련된 문제가 입시논술에서는 어떻게 다루어 질 것인가를
살펴봅시다.
지금까지 '위험'이나 '위험사회'라는 개념이 직접 사용된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세계화의
문제를 언급하거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제 형태로 출제되었지요.
따라서 위험사회라는 개념이 곧 세계화나 오늘날의 사회문제를 개념화하는 용어로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세계화의 문제점과 폐해, 세계화에 대응하는 성찰적 자세, 환경 보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대립된 견해 확인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찾아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화에 관계된 주제로 출제된 문제들의 사례로는 세계화라는 동일한 배경을 가진 현대와 조선
후기 사회를 비교하고 세계화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요구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세계화 시대에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과 구체적인 실현방안이라는 주제로 변화하는
세계정세에 대한 수험생의 의견을 물었던 성균관대 논술의 경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05 동국대
수시2 논술에서는 세계 공동체의 윤리적 합의 도출을 위한 세계윤리를 출제하여 하노이 탑을 소재로
개방적 윤리로서 세계 윤리를 갖출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문제가 출제되었으며, 2006 동국대 정시 논술에서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나 집단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로서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세계화로 인한 환경 문제와 관련된 문항들은 2007 이화여대 수시2 논술에서는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는 환경보존과 환경문제라는 주제로 대립된 의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것을 요구합니다. 2007 고려대 모의논술 문제에서는 인구와 환경의 관계를 고찰하고, 황사의 피해 규모를 예측한 후 생태환경을 복원할 적절한 방안을 묻는 문제를 출제되었습니다. 2007 성균관대 정시 논술에서는 국제 사회의 빈곤 국가를 돕는 방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상반된 입장에 대한 수험생의 견해를 묻는 문제가 출제되었지요.
이와 같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위험요소는 이제 개별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환경문제와 같은 세계화의 결과로 인한 위험요소들은 세계화의 결과로 이익을 얻었던 국가들의 자발적 자원 양보라는 인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즉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실현은 위험요소의 해결을 위한 전 세계적 연대에서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강의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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