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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 무라카미 하루키

변산바람꽃 2011. 3. 29. 22:50

 

 

 

 

 

  한 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깊디, 깊은 슬픔에는 눈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

나는 슬픔을 견딜 수 없어서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 수가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나 나이를

먹었고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이 세계에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깊은 슬픔이 눈물마저도

빼앗아가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혹시라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 슬픔은 다른 어떤 형태로도

바뀌어지지 않고, 다만 한 줄기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 밤에

내리는 눈처럼 그냥 마음에 조용히

쌓여가는 그런 애달픈 것이다.

 

조용히 쌓이는 눈은 슬프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나는

그런 슬픔을 어떻게 해서든지

언어로 표현해 보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아무에게도 전달할 수 없었고

심지어 나 자신에게 조차도 전할 수

없어서 그만 단념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언어를 폐쇄시키고

나의 마음을 굳게 닫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