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깊디, 깊은 슬픔에는 눈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 나는 슬픔을 견딜 수 없어서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 수가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나 나이를 먹었고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이 세계에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깊은 슬픔이 눈물마저도 빼앗아가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혹시라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 슬픔은 다른 어떤 형태로도 바뀌어지지 않고, 다만 한 줄기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 밤에 내리는 눈처럼 그냥 마음에 조용히 쌓여가는 그런 애달픈 것이다.
조용히 쌓이는 눈은 슬프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나는 그런 슬픔을 어떻게 해서든지 언어로 표현해 보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아무에게도 전달할 수 없었고 심지어 나 자신에게 조차도 전할 수 없어서 그만 단념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언어를 폐쇄시키고 나의 마음을 굳게 닫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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