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病床短想 13.] 병명도 없는 병이 깊이 들었습니다...

변산바람꽃 2011. 7. 8. 00:42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그리고 자동차종합보험...이틀간 이 둘 사이의

법률적 구조를 공부하면 느낀 점...인간다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배려와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물질이면 전부라는

물질만능주의의 극한 상황을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법과 금융상품

이라는 것...이 둘은 반드시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 개정되거나 인간의

모습을 한 구조로 바뀌여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 본인이 당한 교통사고의 치료와 보상에 대한 합의에

대한 견해= 라는 A4 용지 4장 분량의 장문의 견해서를 **화재에

보냈습니다. 제가 좀 만만치 않은 사람으로 비춰지길 바라서가

아니라 내게 어떤 권리가 있으며 내가 나를 지킬 수 있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최종적으로 제 조건에 대한 답변의 시간까지 정해주고,

그 시간이 지나면 누구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도 친절하게 공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녁부터 두통이 더 심해졌습니다. 왜 나는 자꾸만 싸워야

할 것들을 만들어 가고 그 싸워야 할 것들은 왜 내게 다가오는가? 를

납득해야 했습니다. 나는 왜? 그냥 대충 지나갈 수 없는 것들과

부닥치게 되는가? 로 우울했습니다.

 

나는 잘못 살고 있는가? 나는 왜 잘못된 구조들에 혼자 저항하듯이

부딪치는 것일까?

 

그래서 사서 고생하고 홧병에 드는 걸까? 나는 왜 그런가?

일찍부터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마음으로는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길을 지나가도 아닌 상황을 그냥 모른 척 지나치지 못하는 나는...병에

걸린 걸까? 무슨 병일까? 치유되어야 할 병인가? 치유될 수는 있을까?

그냥 이대로 죽는 날까지 꼴리는 대로 살다 죽어야 하는 건가?

늦은 시간에 문병 온 선배를 붙들고 과거 내게 부당하게 했던 어떤

원장의 욕설에 살의를 느꼈던 순간을 이야기 하면서 문득...내가

구질구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한 쪽 눈 감고 살아버리자...딸내미의 버릇없는 말 한마디도

마음에 걸려하는 것은 분명 내 병이 깊은 것이다...한 쪽 눈을 아예

뜨지 못하게 접착이 좋은 테잎이라도 붙여두자. 스스로는 뗄 수 없는

접착제로 붙여서 한 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자...

 

그래 보자...그래서 이 홧병으로부터 자유로와지자...어차피...세상은

이제껏 달라지지 않았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은데...내가 뭘 잘났다고...

그냥 대충 살자...그러다 어느날 아무도 못 느끼게 죽으면 족하다...

지금 이러고 있는 중입니다....

 

난 아무래도 병이 깊습니다. 병명도 없는 병이 깊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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