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이 잠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의식의 선택이었고
지난 8년여 동안 입시논술을 가르치면서 밤을 수 없이 지새워도
피곤보다는 긴장감으로 잠을 느끼지 못한 것도 의식의 선택이었다.
어쩐 일인지 오늘처럼 약 없이 잠들어야 하는 밤은 어둠이 더 질기고 깊다.
한 계절 내내 한 해의 비를 모두 쏟아부으려는 것처럼 하늘이 우는데
지금 우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심장인 것처럼 창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흐느끼며 쉬지 않고 불어온다.
어쩐 일인지 약 없이 잠들어야 한다는 의식의 밑바닥이 더 날카롭다.
오히려 자꾸만 어둠이 새벽을 향해 스멀스멀 다가오기만 하는구나...
이 새벽 어둠을 비끌고 절대로 아침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꾸만
비바람이 창을 흔들어 의식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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