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디어 12시간째, 점심때 잠깐 어른을 방문하고 들어와서는 계속했던 주말 수업이 모두 끝났다. 내일은 아침 9시부터 수업 시작인디...그동안 바이러스에 점령 당했던 몸이 용케 버티어 주었다. 물을 얼마나 마시면서 버텼던지...국수가닥만 들어가고 밥알갱이는 들어가지 못한 뱃속에서는 물만 차서 출렁거리더니 지금은 개구리 배만큼 나와서 끙끙댄다. 8시에 끝내려고 했는데 보강수업까지 그에 다 해버렸다.
아..오늘처럼 강의하기에 힘든 날이 또 온다면 나는 이제 강의밥 먹기는 틀릴 것이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데 내 시절이 설마 한 동안 몸이 앓았다고 끝나지는 않겠지...
내내 강의에 매여 해결할 일을 위한 아무런 동작도 심지어는 딱 한 사람을 빼고는 휴대폰도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있었다. 게다가 1013 아나로그 휴대폰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리 강의실 마다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이미 사형선고를 받아둔 것처럼 제 역할을 못하는 아나로그폰이지만 아쉬워서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부실한 주인보다 먼저 떠나버렸나 보다.
배가 물배로 출렁거려 무겁고 밤이 되자 혹은 강의 긴장이 풀려서인지 기침은 멈추지 않고 숨소리 보다 먼저 튀어나와 숨구멍을 조이고 있다. 이제 뭘 할까...퇴근할까...그런데 코앞의 집까지 갈 기운 조차 사라진 것처럼 발이 붓고 무겁다.
이제부터 입시 시즌 시작인데 초장부터 이리 무거워서 어찌 올해 입시를 버티며
치루어낼까...걍 작년처럼 교통사고 핑게로 다 접어불고 앞의 밥그릇만 챙길까...어차피 도시에서의 꿈 다 접고 3년 후에는 고향으로 간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데 그냥 확 일을 저질러 버릴까나...올해를 끝으로 도시를 떠나자고...
그런데도 무슨 놈의 욕망의 찌꺼기 같은 미련은 불빛 쫒아서 한 생 파닥이는 나방처럼 이리 끊어내기 어려운 걸까...하루의 계획이 그 하루 지나면 과거인 것을...
학원가 끝에 있는 선술집에 가서 따끈한 정종 한 잔 하고 갈까 하다가...에이 그만두자. 그도 청승맞지 싶구나...옆 건물에 있는 테이크아웃점에 가서 따끈한 케냐 한 잔 시켜서 마시고 집에 가자...그래 집으로 가자. 아하 이런...내가 뛰어봤자 벼룩인걸까...집 밖에 없질 않은가...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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