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詩 서재

갈대 / 강미

변산바람꽃 2012. 9. 22. 02:27





갈대

                              

                          - 강미(변산바람꽃)-


 

갈대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그래서 맨몸처럼 빛난다고

누가 그랬을까

눈을 감고 손으로 더듬는데

상처 많은 마디가 잡힌다.

 

生에 오래 단련된 것들은

꽃이 사라지고 없는 것일 뿐

오래 묵은 무덤가나

소리없이 흐르는 시냇가에

갈대가 바람만 바라보고

바람에 기대어 우는 까닭은

 

가슴 두근거리고 아득한 날

사랑은 나의 것이 아니어서

너에게로 다가가기 위한

섬으로 가는 길은

여기서 끝났지만 나는,

고즈넉한 갈대로 서 있겠다고

오늘 옷을 벗기 때문이다.


(201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