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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이야기 5.] 감자가 결혼을 부추긴다? (최종)

변산바람꽃 2012. 10. 17. 01:35




[감자이야기 5.] 감자가 결혼을 부추긴다?

 



아일랜드의 인구는 1780년 대략 4백만 정도였고, 1841년에는 8백만 명이었다. 이렇게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는 게 드문 일이지만 인구가 불어나기 시작한 시점이 감자가 주식이 된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은 퍽 흥미롭다. 인구 폭발과 감자의 영향력과는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이 두 가지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음을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감자가 인구 증가를 부추겼다는 견해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인데, 그 과학적 사례가 바로 아일랜드였다. 1771년 영국에서 발간된 경작에 관한 책자에는 서부 아일랜드에서는 “빈곤 노동자의 거의 유일한 주식”이 감자이며, 한 세대에는 보통 여섯에서 열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고 되어 있다. 그 뒤 20년 후 더블린의 유명한 의사는 아이가 없는 여인에게 감자를 처방해 주었는데 “대체로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이 더블린 의사의 처방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감자의 힘을 믿고 있었다. 프랑스의 어떤 여행가가 언젠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당신네들은 건강한 아이들을 그리도 많이 낳을 수 있죠?”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감자 덕분입죠, 선생님.”

 

좀 더 비판적인 사람들은 인구 증가가 감자의 마술적인 힘보다는 감자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혼, 특히 조혼이 출산율을 높인다고 생각했고, 토마스 맬서스 같은 사상가들은 값싼 감자가 결혼을 부추긴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일랜드의 성직자들이 결혼을 주관함으로써 얻는 사례금 때문에 교구 사람들에게 조혼을 권유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결혼을 권유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이서영에 의하면 아일랜드 사람들은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을 커다란 불행으로 여겼고, 아이를 낳는 것을 전혀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는 아이들이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결혼에 강한 집착을 느꼈던 것은 분명했지만 당시 식자들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결혼 생활을 어느 정도나 유지해 나갈지, 또 결혼이 인구 증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못 해석했다. 또 한가지, 그러한 인구 증가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너무도 심각한 빈곤을 경험하게 해주리란 것을 그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과잉 인구가 빈곤을 낳았다면, 인구 증가의 원인물을 재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그러므로 감자는 단순히 식물일 수만은 없었다. 감자는 부도덕한 것이고 경제적인 손실을 주는 것이며, 가난과 함께 하거나 가난을 가져오는 악덕을 부추기는 것이어야 했다. 심지어 아일랜드에 동정적인 사람들조차도 감자를 사회적 병폐로 여겼다.

 

아일랜드 빈곤의 진정한 원인은 토지 보유권을 둘러싼 법률과 관행이었다. 아마도 이들에게는 지주 사회를 혼란시키는 것보다는 감자에 누명을 씌우는 것이 더 마음 편한 일이었으리라. 게으름이나 무지, 절망, 철부지와 같은 의존성 등 감자가 조장하는 인간 품성이 잘못된 것인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체제나 사회 구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보다 간단하고 편했던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