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의 문학서재 §/◎ 강미의 斷想

[病床 短想 5.] 어울림의 경계에서...

변산바람꽃 2011. 6. 24. 13:11

 

 

 

 

 

멈추었던 빗방울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바람만 잔잔했던 고요가 순간 깨어지며 병원 뜨락 나뭇잎이 놀란 듯 몸을 떨자 나무도 흔들린다. 그런데 그 놀람과 떪조차 어울림이다. 누가 누구에게랄 것 없이 내가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세계는 나와 함께 모두의 숨결로 한 호흡을 이루며 자랑스레 생명운동에 참여한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그냥 그렇게 맞이하고 받고 젖어보면 어떨까. 내것이 아니라면 구태여 챙기고 욕심낼 것도 없는 것 아닌가.  있는 곳에 있는 대로 놔두고 나 또한 그곳에 잠시 머무르다 어디론가 일어나 가버리면 될 일이다. 소리도 무늬도 형체도 없는 듯 있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물소리가 커진다. 아마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더니 저 윗녘에 비라도 한 줄금 내렸나보다. 물살도 급해지고 물의 양도 많아진 것 같고 고요롭고 평화롭기만 하던 물소리가 순간 긴장과 설렘 속에 빠지는 것 같다. 그래도 혼란은 보이지 않는다. 많아지면 많이 흘러 보내고 세지면 더 빨리 흘러 보내는 지혜로움도 바로 어울림이 아닌가.

 

나뭇잎 하나가 팔랑팔랑 내려앉는다. 유연한 몸놀림이 너무나 아름답다. 알고 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따내 가져가다 놓쳐버린 것이려니... 새는 해맑은 날 다시 찾아와 나뭇잎을 따 입에 물고 어디론가 날아갈 것이다. 새가 떨어뜨린 한 잎 나뭇잎과 다시 따 입에 문 한 잎 나뭇잎이 위와 아래로 묘한 대칭을 이루며 또 하나의 유연한 선을 이룬다. 힘찬 선, 부드러운 선의 아름다운 어울림이다.

 

내일은 장마비가 다시 내린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소리는 같은 물소리라도 그 어울림이 남다르다. 너무 많이 내려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너무 적게 내려도 가슴을 애태운다. 그 둘의 경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 가고 그런 만남으로 다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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